전교조 조합원 급감…안팎서 변화 요구 목소리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대외적 구호나 투쟁성과 집착 말고

학생-학부모 곁으로 제자리 찾아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조합원이 지난해 9200명이나 감소한 것을 계기로 전교조 안팎에서 조직 혁신이나 투쟁 방식 전환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 내부에서는 조합원인 교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외부에서는 달라지는 시대 상황에 맞춰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현인철 전교조 부대변인은 “내부에서는 정부의 교육 실정이 전교조의 책임처럼 왜곡된다는 반발도 있지만 조합원 감소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자성의 의견도 있다”면서 “‘학생 곁으로, 학부모 속으로’라는 집행부 목표처럼 현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조합원이 줄어드는 원인을 현장에서 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출신의 김대유 학교자치연대 공동대표는 집행부의 활동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장혜옥 전 위원장 집행부는 지나친 투쟁 일변도의 활동으로 일관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면서 “반면 현 정진화 위원장 집행부는 아예 가시적인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조합원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부가 대외적 구호나 투쟁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초기 참교육실천위원장을 지낸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사실상 참여정부에서 전교조가 교육정책에 차지한 영향력은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전교조를 노동조합이라는 본연의 측면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이해를 명분화하기 위해 잘 활동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전 전교조 간부는 “전교조 출범 초기에는 교원의 이익이 아니라 참교육을 위해 싸웠기 때문에 국민과 조합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며 “지금은 정치 조직인지, 교원 이익단체인지 정체성이 흔들려 조직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는 9일 집행부 회의를 통해 조합원 급감에 따른 대책과 발전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감소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현재 2년인 위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위원장 선거가 2년마다 치러지다 보니 선명성 경쟁 등으로 계파 간의 갈등이 잦고, 임기가 짧아 조합원들에게 다가서는 정책을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전교조 대의원 과반수가 집행부와 노선이 다른 계파(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로 구성돼 현 집행부에서 임기를 연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교조는 또 조직혁신위원회를 통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방안을 연구하고 이르면 다음 달 임시 대의원대회 등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