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 해수욕장 개장할 만큼 복원 진전”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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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전문가 “유처리제 사용 적절한듯”

세계 각국, 방제항공機등 지원 줄이어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군, 민간인 등이 잘 협력해 대처한 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관광 분야만 생각하면 내년 여름 시즌에 해수욕장을 열 수 있을 만큼 복원에 진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생태계 복원에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16일 오후 5시 해양오염 방제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태안군을 찾은 유럽공동체 및 유엔(EC/UN) 공동지원단 블라디미르 사하로프 지원단장과 그 일행은 태안해양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루 종일 기름 냄새가 나는 해변가에서 조사를 벌인 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하로프 단장은 최근 2차 오염 논란이 일고 있는 유(油)처리제 사용에 대해 “전문가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지만 국제적 기준에 따라 유처리제를 쓰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한국의 경우 적절히 사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해양오염, 국제 전문가 공조로 푼다

이날 공동지원단은 태안에 이미 도착한 미국 해안경비대와 일본 해상보안청 방제팀, 싱가포르 방제업체,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관계자들과 국제협력 업무회의를 열어 사고 현황과 방제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공동지원단은 17∼21일 오염 현장과 기름 폐기물 처리 현장을 조사한 뒤 22일 최종 조사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국립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의 해양생태전문가 4명이 태안을 찾았다.

이 일행 중 한 명인 루이스 람코프 박사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 이른 시일 안에 방제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현장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제 대책과 생태계 복원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외국어대 환경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태안군청과 해경 방제대책본부 등을 방문하여 사고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오염 현장을 조사했다.

람코프 박사 일행은 2002년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프레스티지호 기름 유출 사고’ 수습을 현장 지휘한 전문가들이다. 당시 중유를 실었던 프레스티지호가 폭풍우에 좌초되면서 6만3000t의 기름이 유출돼 스페인 서북부 해안 1900km가 오염됐다.

○ 주변국 방제 장비 지원도 본격화

주변 국가들의 방제기술, 장비 지원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세계의 민간 정유회사 34곳이 출자해 만든 싱가포르의 민간 방제회사 EARL은 방제 항공기(C-130)와 고압세척기(4종 42대)를 이날 지원했다.

이 방제기를 이용하면 해상에 남아 있는 사고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가 기상 악화 등으로 추가 오염 사고를 내더라도 기름이 확산되는 것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또 중국 정부는 15일 기름 흡착재 65t과 각종 방제 장비를 실은 선박 2척을 보냈다. 해상보안청과 해상재해방지센터 소속 전문가를 긴급 파견한 일본은 이와 함께 기름 흡착재 40t을 보냈고 러시아도 기름 흡착재 지원 의사를 밝혔다.

2005년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5개국이 유엔환경계획(UNEP) 권고에 따라 만든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도 흡착포를 지원했다.

태안 지역에서 국제 전문가들의 활동을 돕고 있는 강성길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은 “선진국들은 많은 해양오염사고를 경험하면서 방제 작업과 생태계 복원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내놓을 보고서는 한국의 방제 당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방제작업 9일간 연인원 16만5천명 구슬땀▼

■ 주말 자원봉사 현장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 해안에 몰려든 자원봉사자가 방제작업 9일째인 16일 연인원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날 해양오염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주말인 토 일요일에 자원봉사자 5만7000여 명이 몰려 16일까지 총 11만3000여 명이 자원봉사를 펼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군경, 공무원, 방제업체 등을 모두 합한 방제작업 연인원은 이날까지 모두 16만50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주말 자원봉사 현장에는 기업들의 활동이 눈에 띄었다. 경남기업 직원과 수도권의 충청도 출신 학술 및 봉사 모임인 충청포럼(회장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회원 1100여 명은 15일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아 해안가 기름 제거 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4000여만 원 상당의 방제복 장화 장갑을 가져와 작업했으며 남은 작업 도구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기증했다. 성 회장은 “한국인은 ‘국난’이 발생하면 언제나 큰 단결력으로 극복해 왔다”며 “조만간 기업 차원에서 성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진그룹은 미국에서 흡착포 10.2t을 긴급 공수해 전달했다. 포스코는 임직원 1100여 명이 15, 16일 이틀간 오염 현장을 찾아 복구 지원 활동을 벌였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11∼24일 서산지역에 본사를 둔 다이모스, 현대파워텍, 동희오토 임직원을 주축으로 자원봉사단 2800여 명을 꾸려 태안군 일대에서 지원 활동을 벌였다.

이 밖에 교보생명, 하나금융그룹, LG CNS의 임직원도 봉사 활동에 동참했다.

또 7공수 특전여단은 자원봉사자가 접근하기 힘든 소원면 의향리 해안가에 로프를 타고 내려가 방제작업을 벌였다.

외국인들도 방제 활동에 동참했다. 충남 아산시의 순천향대 원어민 강사 50여 명은 15, 16일 소원면 파도리해수욕장을 찾아 자갈에 묻은 기름을 닦아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날 기름 유출 사고로 피해가 큰 태안군 등의 주민들에게 내년 1월 말까지 30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충남도는 태안군 서산시 등 특별재난지역에서 민방위대원이 방제 활동에 참가하면 민방위교육 4시간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이날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은 타르 덩어리 형태로 사고 해역에서 120여 km 떨어진 전북 군산시 앞바다인 연도 부근까지 밀려들었지만 확산 속도와 범위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보령시 녹도 호도 삽시도 부근에 밀려든 타르 덩어리 일부가 녹아 퍼지면서 조류를 타고 천수만 입구로 유입돼 해양경찰청이 집중 방제 작업을 벌였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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