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지폐 도안 암각화, 물속에 그냥 둘건가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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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상반기 중 발행될 10만 원 권 지폐의 뒷면 도안 소재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대동여지도(보물 제850호)와 함께 잠정 결정됐다고 한국은행이 최근 밝혔다.

이들 문화재는 12일까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도안 소재로 최종 확정된다. 앞면의 도안 인물인 백범 김구 선생의 상징성을 감안해 평화와 통일 번영을 뒷면 소재로 선정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300여 점의 문양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선사시대 문화재로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맹우 시장도 간부회의에서 “울산의 문화재가 지폐의 도안으로 채택된다면 울산 유사 이래 최대 경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문화재는 갈수기를 제외하고는 1년에 8개월 이상 물에 잠겨 있다.

암각화가 발견(1971년)되기 6년 전인 1965년 암각화 하류에 공업용수 전용댐인 사연댐이 건설돼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급속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는 2003년 7월 용역조사에서 △사연댐 제방을 낮추거나 △암각화 앞에 차수벽(遮水壁)을 설치하거나 △암각화 앞의 물길을 바꾸는 등 암각화 보존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문화계의 의견통일이 안됐고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5년째 방치하고 있다.

한국 최고액 지폐의 도안 소재가 된 문화재가 물속에 잠겨 언제 원형을 잃을지 모른다면 이는 세계적인 수치다.

지폐 도안 채택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암각화 보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문화계도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물속에 빠져 숨통이 끊어지고 있는 문화재부터 살리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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