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까지 기름범벅… 아스팔트 깔아놓은 듯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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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삼킨 검은 바다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 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9일 해안선으로 밀려들기 시작해 태안반도 해안선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유출된 기름의 일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태안=김미옥  기자
백사장 삼킨 검은 바다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 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9일 해안선으로 밀려들기 시작해 태안반도 해안선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유출된 기름의 일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태안=김미옥 기자
겨울철새 수난 한국의 대표적인 겨울철새 뿔논병아리 한 마리가 9일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에서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어 가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겨울철새 수난 한국의 대표적인 겨울철새 뿔논병아리 한 마리가 9일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에서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어 가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앞으로 양식이나 관광객 유치는 끝났어요. 바다도 까맣고, 미래도 까맣기만 해요.”

검은 기름이 개펄을 덮쳐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그치지 않았다.

사고가 일어난 지 3일이 지난 9일 오전 11시 반경.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가 삼성중공업의 대형 해상 크레인선과 충돌한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서북쪽 8km 지점은 푸른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커먼 ‘죽음의 바다’였다.

사고 해역에선 6척의 방제정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에 쉴 새 없이 유화제와 물을 쏟아 붓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는 본래의 색인 푸른빛을 낼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바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없었고 갈매기 같은 물새도 자취를 감췄다. 악취와 기름 떼, 적막감만이 가득했다.

○‘죽음의 바다’로 변한 사고해역

검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는 파손된 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기름 때가 많이 묻은 우중충한 모습은 ‘유령선’을 떠올리게 했다.

기름을 토해 내던 뱃머리 쪽의 구멍은 목재를 이용해 완전히 막아 놓았다. 그러나 배의 왼쪽 편에 생긴 두 개의 구멍에서는 흰색 기체가 계속 새 나왔다.


촬영 : 김미옥 기자


촬영 : 김재명 기자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사고 뒤 탱크 폭발을 막기 위해 자체 불활성 가스를 주입해서 나오는 기체”라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항구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140여 가구가 173ha에 걸쳐 굴 전복 해삼 가리비 등을 양식하는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의 개펄은 아스팔트 공사장과 화재 현장 같았다.

기름에 엉겨 붙어 죽은 해초 뭉치와 기름이 끼면서 검은색으로 변한 돌이 개펄 중간 중간에 놓여 있었다. 마을 공동 굴 양식장에는 굴이 매달린 기둥들이 마치 화재로 타 버린 듯 검게 변해 있었다.

어촌계장 이충경(36) 씨는 끈적끈적한 기름에 덮여 죽은 굴을 만지며 “주민들 중 일부는 이런 죽음의 현장으로 바뀐 양식장을 보고 실신하기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제작업 총력전

기름띠가 덮친 태안군의 해안 지역에는 이날 오전부터 군인, 경찰, 주민, 삼성중공업 직원, 자원봉사자 등 총 6100여 명이 참여한 방제작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특히 ‘은빛 모래’로 유명한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는 3500여 명이 삽과 양동이를 들고 검은 기름 덩어리와 사투를 벌였다.

기름으로 덮인 백사장의 모래를 삽으로 퍼 양동이에 담은 뒤 수십 명이 릴레이식으로 전달해 백사장 근처에 있는 저장 탱크에 쏟아 부었다. 해안에서는 굴착기를 동원해 모래를 퍼냈다.

자원봉사자인 이모 씨는 “아무리 해도 기름이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번 사고는 그냥 사고가 아니라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흩어진 해상 기름 처리를 위해선 유화제를 대량 살포해야 하지만 사고해역 일대가 태안지역의 주요 어장이어서 2차 오염으로 인한 어민 피해를 막기 위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 김영환 배출물관리과장은 “시프린스호 유출 사고도 해상에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 데만 1개월 이상 걸렸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그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파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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