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띠 몰려올라” 양식장 어민들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검은 띠 막아라” 긴급 방제7일 오전 7시 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 충돌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 원북면 앞바다 사고 해역에서 해양경찰청 소속 구난함이 바다에 뜬 원유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물대포로 원유를 분쇄하면 자연 정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사진 제공 충남도청
“검은 띠 막아라” 긴급 방제
7일 오전 7시 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 충돌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 원북면 앞바다 사고 해역에서 해양경찰청 소속 구난함이 바다에 뜬 원유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물대포로 원유를 분쇄하면 자연 정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사진 제공 충남도청
■ 태안 앞바다 사상 최악 기름유출 사고
사고해역 파도 높고 바람거세 방제 애로
조류 타고 오늘 아침 해안으로 확산 우려
수습 5개월 걸린 ‘씨프린스’사고보다 피해 클수도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선의 충돌 사고로 흘러나온 기름띠가 8일 오전 육지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이 지역 양식장 등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선박을 이용해 방제작업을 펴고 있지만 유출된 기름의 양이 워낙 많고 바람까지 거세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경위 및 수습=7일 오전 삼성중공업은 예인선 2척을 이용해 인천대교 공사현장에 투입했던 해상 크레인선을 경남 거제시로 예인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서해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오전 7시 반경 예인선과 크레인선이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서북쪽 8km 해상을 항해할 때 강풍이 몰아쳐 예인선과 크레인선을 연결한 와이어 하나가 끊어졌다.

이에 따라 떠내려가던 해양 크레인선은 가까운 곳에 잠시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 14만7000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에 부딪쳤다.

이 충돌로 유조선의 좌측 기름 탱크 5개 중 3개에 구멍이 뚫려 원유 1만5800kL(해양경찰청 추산)가 바다로 유출됐다. 해양경찰청은 500∼800kL의 기름이 더 흘러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유조선에는 26만3000kL의 원유가 실려 있었다.

대산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관제센터에서 이날 오전 5시 20분경 예인선에 유조선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호출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해양부와 해경은 사고 발생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방제정 경비정 민간방제선 등 30여 척을 동원해 오일펜스를 쳤다. 하지만 사고 해역의 파도가 3∼4m에 이르는 데다 초당 14∼16m의 거센 서북풍이 불어 사고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8일 아침 기름띠 해안에 도달=이날 사고로 유출된 기름은 국내 최대 기름 유출 사고로 기록됐던 1995년 7월 유조선 ‘씨프린스호’의 침몰 당시 유출 기름양(8381kL)의 갑절 수준.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전남 여수시 소리도에서 경북 포항시까지 230km, 부산 해역 해안 73km 등이 기름으로 오염돼 어장, 양식장 등에서 736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5개월이 걸린 방제작업에 선박 8295척, 항공기 45대, 인력 16만6905명이 투입돼 그 비용만 224억 원이 들었다.

이번 사고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씨프린스호 때와 달리 겨울에 발생했다는 점. 겨울에는 기름이 응고돼 확산 속도가 느려진다. 또 사고 지점이 해안에서 9.6km가량 떨어져 있어 사고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경은 8일 오전 2시경 썰물이 밀물로 바뀌면서 이르면 이날 오전 7시경 기름띠가 태안군 원북면과 이원면, 소원면, 근흥면 등의 해안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지역 주민들 우려 커져=충남의 대표적 청정해역인 태안 앞바다는 544곳, 6512ha의 양식장에서 어류, 굴, 전복, 해삼 등을 양식하고 있어 이번 사고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

사고 초기 기름띠 확산을 막지 못하면 서남쪽으로 흐르는 조류를 따라 전남 신안 김 양식장까지 기름이 흘러들 가능성도 있다.

충남 서산시의 가로림만 어도어촌계장 김현수(53) 씨는 “우리 지역은 사고가 난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조류를 타고 기름띠가 흘러들면 100ha의 바지락, 굴 양식장이 망가질 것”이라며 “원유 찌꺼기가 양식장에 가라앉으면 5년간은 양식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태안의 해안은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기름으로 오염되면 관광 사업에도 큰 지장이 생기게 된다.

한편 이번 사고에 따른 배상액은 최대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해상 크레인선과 유조선의 선주상호보험,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등이 배상금을 내게 된다.

태안=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촬영 :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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