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제조업 중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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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전문가 867명 조사

항공기 정비원 - 컴퓨터보안전문가 1, 2위

항공수송량 지속 성장세 반영 환경-식품안전 로봇분야 두각

지난해 회사원에서 5급 공무원(사무관)으로 변신한 A(37) 씨는 ‘잘나가는’ 컴퓨터보안전문가다. 10년 전 지방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컴퓨터 보안 관련 기업 등에서 일하면서 박사학위를 땄다. 최근 컴퓨터보안전문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무원으로 특채됐다.

A 씨는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컴퓨터 보안 관련 학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국내 정보기술(IT)과 인터넷 산업이 발달하면서 10년 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올해 8월 10일부터 10월 5일까지 직업 전문가 867명에게 제조업 152개 직업을 대상으로 ‘현재와 10년 뒤 직업 전망’을 조사한 결과 현재 유망직업 20개 중 7개(35%)가 10년 뒤 순위 밖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 현재 유망직업 20개 중 7개가 순위권 밖 밀려

이번 조사에서는 제조업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현업 경력자 등 직업 전문가를 대상으로 △보상 △고용 안정 △발전 가능성 △근무 여건 △직업 전문성 △고용 현황 △고용 평등의 7개 분야 23개 항목에 대한 직업 전망을 평가했다. 직업 전문가가 참여한 직업 전망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현재 유망한 제조업종 직업 1위는 ‘IT컨설턴트’로 조사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06년 현재 국내에는 2620명의 IT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383만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7년에는 항공기 정비원이 IT컨설턴트를 제치고 1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컴퓨터보안전문가, 재료공학기술자, 도시계획가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항공기 정비원은 보상과 고용 안정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20년간 국내 항공 수송량이 10배 이상으로 성장한 데다 앞으로 여행객과 화물 수송량의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망 직업 상위 20개 중 △전자공학기술자 △통신공학기술자 △컴퓨터공학기술자 △발전장치조작원 △시스템소프트웨어개발자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 △석유, 가스 및 화학물 제조 관련 제어장치 조작원 등 7개 직업은 10년 뒤에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 대신 △환경공학기술자 △조경기술자 △항공기·선박조립 및 검사원 △산업안전 및 위험관리원 △식품공학기술자 △비파괴검사원 △자동조립라인 및 산업용로봇조작원 등이 순위에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 조기 진로설계가 미래를 바꾼다

직업 전문가들은 현재보다는 미래의 직업 특성과 전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유망 직업 20위 이내에 포함된 업종은 △정보통신 9개 △화학 4개 △전기전자 3개 △기계 2개 △건설 1개 △재료 1개 등이었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정보통신 5개 △기계 4개 △환경·인쇄·목재·가구 3개 △화학 3개 △건설 2개 △식품 1개 △재료 1개 △전기전자 1개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급여와 고용 안전성 중심의 직업 선택 기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축공학기술자, 시스템소프트웨어개발자, IT컨설턴트는 현재 급여와 복리후생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동시에 근무 여건이 가장 나쁜 직업군에 속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여성은 조경기술자, 고령자는 재료공학기술자 유망▼

‘조경기술자, 도시계획가, 정보기술(IT)컨설턴트, 환경공학기술자, 식품가공검사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이들을 포함한 총 10개의 직업을 성(性)차별이 적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10년 뒤 여성 유망직업’으로 소개했다.

공원, 골프장, 주택가 등의 조경을 관리하는 조경기술자는 일자리 창출 점수가 현재 67위에서 10년 뒤 7위로, 양성평등 점수는 16위에서 7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IT컨설턴트는 양성평등 점수가 가장 높은 직업이었으며, 환경위험 요인을 예방하고 환경개선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공학기술자’도 양성평등 점수가 높았다.

식료품의 원료가 표준에 맞는지 등을 검사하는 ‘식품가공검사원’은 양성평등 점수가 현재 12위에서 10년 뒤 3위로, 일자리창출 점수는 106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2017년 고령자에게 유망한 직업은 채용 시 연령에 따른 차별이 없는지와 향후 일자리가 평균 이상으로 늘어날 것인가를 기준으로 재료공학기술자 도시계획가 귀금속 및 보석세공원 등 총 11개가 선정됐다. 현재 단계에서 이 기준에 부합하는 고령자 유망직업은 화학공학기술자 1개뿐이었다.

유망 직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2010년 이후 저(低)출산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져 고령층을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세라믹 반도체 등을 연구하는 재료공학기술자는 일자리 창출 점수가 1위였고, 고령자 친화성 점수도 현재 19위에서 10년 뒤 3위로 상승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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