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마을도서관 전국 최다 6개 연 강릉시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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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생기니 좋니?” “네, 엄마 아빠랑 같이 올 수 있어 더 좋아요.” 14일 오후 강원 강릉시 금광초교 학교마을도서관. 최명희 강릉시장(왼쪽)과 김수연 목사가 아이들 틈에 끼어 앉아 함께 책을 읽었다. 처음 보는 할아버지들이 어색할 법도 하련만 “도서관을 만들어 주신 분들”이라는 교사들의 설명에 금세 옆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강릉=정양환 기자
“도서관이 생기니 좋니?” “네, 엄마 아빠랑 같이 올 수 있어 더 좋아요.” 14일 오후 강원 강릉시 금광초교 학교마을도서관. 최명희 강릉시장(왼쪽)과 김수연 목사가 아이들 틈에 끼어 앉아 함께 책을 읽었다. 처음 보는 할아버지들이 어색할 법도 하련만 “도서관을 만들어 주신 분들”이라는 교사들의 설명에 금세 옆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강릉=정양환 기자
“시장 아저씨, 책 읽어 주세요.”

“그래, 보자. 별로 신통치 않을 텐데…. 그런데 도서관에서 떠들어도 괜찮으려나.”

14일 강원 강릉시 구정면 금광초교.

지난달 26일 개관한 금광초교 마을도서관에 때 아닌 손님들이 찾아왔다. 최명희 강릉시장이 깜짝 방문한 것. 마을 주민들은 인사하기 바빴지만 아이들이야 알아볼 리 없다. 때 아닌 웅성거림에 지도교사만 쳐다본다.

“강릉에서 제일 높은 분이에요.” 눈만 껌뻑껌뻑.

“우리 도서관 짓는 데 힘써 주신 분이에요.” “와∼. 고맙습니다.”

강릉시는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본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캠페인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5월 11일 금진초교를 시작으로 28일 개관한 주영초교까지 강릉에는 학교마을도서관이 6개나 된다. 전국 시 단위에선 가장 많다.

이 같은 ‘특혜’는 전적으로 강릉시와 시민들의 학교마을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의 변현주 사무국장이 “마을 단위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 가장 잘 이해하는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다.

강릉이 예전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글을 사랑하는 예향(藝鄕)으로 이름 높지만 문화 환경이 열악한 지방도시 중 하나였다. 김수연 대표에 따르면 “자연 환경에 비해 문화와 인재 인프라는 전국에서 가장 부족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책 읽기’ 프로젝트는 강릉시 변신의 첫 단추였다. ‘솔올 꿈나무 작은 도서관’ ‘부귀촌 햇살 작은 도서관’ 등 소규모 도서관을 지어 시민들이 쉽게 책을 접하도록 유도했다.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자원봉사자 양성코스를 만들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돌며 책 읽기 운동을 전개했다. 시민이 시민에게 책을 권하는 ‘강릉시민 독서 릴레이 운동’도 함께 벌였다.

시민 반응도 뜨거웠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작은 도서관…’ 측에 학교마을도서관 유치 운동을 벌였다. 지난달 19, 20일 강릉 선교장에서 열린 ‘2007 강릉 책축제’에는 시민 1만2000여 명이 몰려 그 열기를 가늠케 했다. 정인화 관동대 교수는 “그동안 얼마나 강릉 시민들이 문화적 혜택에 목말랐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며 “시 차원의 책 읽기 사업이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자생적 운동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열기는 올해 7월 강릉이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하는 ‘평생학습도시’로 뽑히는 계기가 됐다. 강릉시는 내년 6월 시 도서관을 확대 개편한 ‘평생학습센터’도 건립할 예정이다.

강릉시는 특히 평생학습도시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학교마을도서관에 사서 도우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금광초교의 전영학 교장은 “밤에 도서관 이용을 원하는 주민이 많지만 인력이 없어 운영하지 못했다”며 “사서 도우미 덕분에 시민들이 밤늦게 이용할 수 있는 ‘마을학교도서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책 읽는 강릉’ 주도 최명희 시장

‘책 읽는 도시’로 새롭게 태어나는 강릉의 중심에는 최명희 시장이 있다. 최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초부터 책읽기 운동을 제1의 문화 사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독서 운동이 가시적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사업이다.

“지자체 살림도 자식 농사와 같다. 금방 성과가 없어도 오래 갈 사업을 해야 한다.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운동도 장기 프로젝트 아닌가. 그런 게 진짜 문화사업이다. 하지만 ‘책 읽기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호응도 높다.”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운동을 시 단위 사업으로 추진한 이유는….

“책 읽기 운동이 포부는 컸지만 처음엔 막막했다. 그런데 김수연 목사 소문을 듣고 올해 3월 무작정 찾아가 만났다. 도서관을 학교 교육과 마을 커뮤니티의 장으로 활용한다, 옳거니 싶었다. 이 좋은 걸 왜 함께하지 않겠나.”

―학교마을도서관이 지역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리라 기대하는가.

“강원도는 문화적 혜택이 열악하지만 도심은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시 외곽, 농촌이다. 책을 접할 기회 자체가 없다. 학교마을도서관은 그 간극을 채워 줄 수 있다. 책만 읽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랑방이자 문화생산기지 역할도 해 준다.”

―상주하는 사서 도우미를 둔다고 들었다.

“도서관은 뭣보다 인력이 핵심이다. 교사와 학부모 참여만으론 한계가 있다. 사서는 도서관 야간 개장뿐 아니라 도서관 홍보사업도 맡게 될 것이다. 정보화교육 및 문화활동 프로그램도 지원할 방침이다.”

―시민들에게 독서와 도서관은 어떤 의미인가.

“요즘 아내가 소파나 침실 등에 책을 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손닿는 데 있으니 나도 읽게 되더라.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옆에 있으면 간다. 독서는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이어야 한다. 학교마을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소중한 습관을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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