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수능등급제 논란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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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대령과 구청장,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은 직업일까? 법관과 잘나가는 작가, 이들 가운데 더 성공한 사람은? 이런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이런 물음에 답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명문대 합격에 고시를 패스하고 고관대작(高官大爵·지위가 높고 훌륭한 벼슬 또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는 식으로 정해진 출세가도의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출세한 삶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가치관이 다양해진 까닭이다. 주변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돈이나 명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도 꽤 많다. 성공적인 삶을 재는 잣대는 개인의 선택과 관심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길을 선택하고 정하는 일은 막연하기만 하다.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우리의 고민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진로 고민이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아버지가 농부였으면 자신도 농부가 되는 식이다.

산업이 점점 커나가고 직업이 많아지면서, 사회는 리스먼이 ‘내적지향형’이라고 부르는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아버지는 목수였지만 자신은 철판 용접공이 됐다는 사실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시기에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은 직업 자체가 아니다. 마음 속 가치관만을 전해 받는다. 정직해라, 성실해라, 의무를 지켜라 등등.

현대에 와서는 이마저도 소용이 없다. 근무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라는 가르침은 프리랜서들에게는 난센스에 가깝다. 게임에 매달리는 프로게이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교훈은 서먹하기만 하다. 리스먼은 현대 사회는 ‘타인지향형’이 되었다고 진단 내린다. 부모도 자식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 진로를 정할 때는 “∼카더라” 식의 충고가 마음을 흔든다. 자신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말과 유행에 휩쓸리기가 쉽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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