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문자메시지 사기…180만명에 30억 가로채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코멘트
“내 사진보고 전화해”에 ‘확인’ 누르면 2990원 빠져나가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찍힌 문자메시지가 왔다면?

대개는 휴대전화의 확인 버튼을 눌러 내용을 보거나 ‘누구냐’며 답장을 보내게 마련이다.

이 같은 휴대전화 이용자의 ‘친절’을 악용해 180만 명에게서 30억 원의 정보이용료를 가로챈 신종 사기업체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5일 J정보통신 대표 백모(24) 씨와 I통신업체 대표 홍모(39) 씨, B통신업체 대표 정모(41) 씨 등 3명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 N통신업체 대표 정모(34) 씨 등 달아난 통신업체 대표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M통신업체 대표 김모(29) 씨 등 2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에서 구한 문자메시지 대량발송 프로그램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휴대전화로 친구나 친지인 것처럼 ‘어제 잘 들어갔어?’, ‘나야. 뭐하고 있어. 답장 좀 줘’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업체의 ‘낚시’에 걸린 87만 명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누구세요?’,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요’ 등의 답장을 보냈다. 답장 1건당 300원씩 모두 2억6000만 원의 정보이용료가 업체로 빠져나갔다. 통상적인 문자메시지 1건당 이용료는 30원이지만 이들은 10배인 300원의 이용료를 챙겼다.

이들 업체는 또 사진파일이 첨부된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보이용료를 가로채기도 했다.

‘저 기억 안 나요. 제 사진을 보고 기억나면 전화해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로 휴대전화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여성의 프로필 사진을 보여 주는 대신 1건에 2990원의 정보이용료가 빠져나가도록 한 것. 이들이 보낸 문자메시지 중에선 ‘포토메일이 꽉 찼습니다. 확인하세요’와 같이 이동통신업체의 알림 메시지를 흉내 낸 것도 있었다.

업체들은 이런 수법으로 114만 명을 속여 27억 원의 정보이용료를 챙겼다.

경찰은 이들이 확인 버튼만 누르면 바로 유료콘텐츠로 자동 접속되는 ‘콜백(Callback) URL’이란 신종 기술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원래 모바일 이벤트를 위해 고안된 것으로, 사기에 이용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피해금액이 적은 데다 한 달이 지나 요금이 고지되는 탓에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