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음절을 부등호로 표시하라” 이색 문제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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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드라마 주몽-부여 관한 문제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다양한 이색 문제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회탐구에서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은 ‘어재연 장군기’에 관련된 문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 달러 가치의 하락을 다룬 문제가 나왔다.

장군기는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에 빼앗겼다가 최근 돌려받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또한 최근 미국 경기의 급격한 침체와 달러화의 가치 하락 위기를 불러오기도 했다.

한국근·현대사에는 헤이그 특사 파견 100주년과 관련해 당시의 민요를 제시하고 을사조약과 만국평화회의 등 역사적 사실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고, 사회문화에서는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인도 푸네대 총장이 된 나렌드라 자다브 박사를 떠올리게 하는 지문이 출제됐다.

국사에서는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끈 주몽과 부여에 관한 문제가 나왔고, 정치에선 최근의 대선 정국을 반영하듯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분석하는 문제, 두 나라의 총선 결과를 비교하는 문제가 나왔다.

이 밖에 인터넷상의 악성댓글과 불법 다운로드, 미니 홈피 등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문제(사회·문화), 주한 인도대사관 홈페이지나 영화 ‘스파르타쿠스’의 포스터를 활용한 문제(세계사)가 이채로웠다.

과학탐구에선 9월 발생한 태풍 위파의 이동경로와 일기도를 통해 태풍의 특성을 추론하는 문제가 나왔고 스모그, 대체에너지, 당뇨병과 유전병, 유방암 치료 등 생활 속 소재를 다룬 문항이 다수 출제됐다.

언어영역에선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프랑스 화가 루뱅 보쟁의 ‘체스판이 있는 정물-오감’ 등 음악과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지문이 제시됐다.

‘태조실록’은 태조와 사관(史官)의 논쟁을 통해 정부와 언론의 갈등관계를 엿볼 수 있게 했고, 듣기평가에는 ‘수돗물 사업 민영화’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다뤄 대선 정국의 정책 제시 및 토론 열풍을 반영했다. 33번 문제는 한국어의 음절 구조를 부등호로 표시하게 해 눈길을 끌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올해 첫 시행 9등급 안배 위해 쉽고 어려운 문제 골고루 배치”▼

■ 정성봉 출제위원장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인 정성봉(사진) 한국교원대 교수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올 6월과 9월에 치러진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를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올해는 수능 성적이 등급으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적절히 배치해 고른 등급분포가 이뤄지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수능 등급제여서 일부 등급이 비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1등급이 너무 많아 2등급이 없어지는 것 같은 ‘등급 블랭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모의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이 높았던 과목의 난이도를 조정했다.”

―교육방송(EBS) 수능 강좌와의 연계는….

“EBS 수능 강좌와의 연계 수준은 지난해와 비슷한 8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수능 강좌 교재의 지문을 가공해 사용하거나 그래프나 도형 자료, 주요 지식이나 개념 및 원리, 어휘 등을 활용해 출제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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