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마을사랑방 ‘앞산달빛’ 지킴이 곽상수 씨

  • 입력 2007년 11월 7일 0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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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이 흐르자 동네가 밝아졌어요”

“‘마을사랑방’이 생긴 뒤 터놓고 지내는 주민이 늘어나 동네 분위기가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동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5일 문을 연 ‘방과 후 마을학교’에도 학부모들이 흔쾌히 자녀를 보내 주는 등 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의 마을사랑방인 ‘공간 앞산달빛’ 지킴이 곽상수(38·생태운동가·사진) 씨는 6일 “석 달 가까이 이곳을 운영해 본 결과 도시생활에 지친 주민들이 공동체 문화와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향인 경북 고령에서 농사를 지으며 10여 년간 생태운동을 해온 곽 씨는 올해 8월 주민들과 함께 이곳을 만들었다.

그는 대구시가 앞산을 관통하는 4차 순환도로 건설을 위해 추진 중인 앞산터널 공사를 저지하는 운동을 주민들과 함께 4년째 벌이고 있다.

공간 앞산달빛은 앞산터널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천막 농성까지 하며 주민들과 함께 앞산을 지키는 활동을 벌이던 중 생명평화운동을 통해 생태공동체와 주민자치 의식을 높이는 터전이 필요하다고 절감해 뜻을 같이 하는 주민들과 이곳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198m² 크기의 이 사랑방은 도원동을 비롯해 상인동, 진천동 등 앞산 부근 동네 주민들이 모여 현안 등을 논의하고 생태마을 공동체를 추구하며 친목을 다지는 곳이 됐다.

이곳 임차 보증금에는 이 일대 주민들이 올해 8월 마을도서관 건립을 위해 모은 성금 1000여만 원이 활용됐다.

자신의 결혼식 축의금 중 350만 원을 이곳 실내 공사비로 쓴 곽 씨는 “공간 앞산달빛 건물 뒤편에 아담한 정원을 만들어 주민과 학생들의 생태학습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또 황토로 만든 찜질방과 차를 마시는 공간인 ‘꿀밤나무’도 마련돼 있어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찾고 있다.

주부 윤애자(41) 씨는 “매일 공간 앞산달빛을 찾아가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를 만난다”며 “다른 동네 사람들이 이곳 근처로 ‘이사를 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마을의 자랑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 등 60여 명이 매달 보내오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연중 24시간 개방된다. 또 주민들을 위한 안전한 먹을거리 강좌와 농촌체험여행, 전통예절 및 다도(茶道)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특히 매달 첫째, 셋째 주 토요일에는 이곳에서 ‘달빛 직거래 농민장터’가 열려 경북 봉화와 고령지역 농민들이 갖고 온 사과, 고추, 쌀 등 친환경 농산물이 산지 가격으로 팔린다.

곽 씨는 “장이 열리는 날에는 1∼2시간 만에 농산물이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주부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함양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원 녹색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내년 3월 대구 변두리 텃밭과 논을 빌려 ‘도시농업학교’를 개설하고 작은 음악회와 연극 등 문화행사도 정기적으로 여는 등 지역 주민자치와 생명평화운동의 터전으로 꾸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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