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디자인 서울 “성냥갑 아파트는 가라”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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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만에 통과한 서울숲 아파트 4차례의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친 끝에 허가를 얻은 뚝섬 서울숲 아파트의 조감도. ‘성냥갑’ 형태의 아파트 디자인을 바꾸기 위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제공 서울시
네번만에 통과한 서울숲 아파트 4차례의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친 끝에 허가를 얻은 뚝섬 서울숲 아파트의 조감도. ‘성냥갑’ 형태의 아파트 디자인을 바꾸기 위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시가 더는 ‘성냥갑 아파트’를 짓지 못하게 하겠다며 8월 29일 내놓은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4번 열렸다. 그동안 11건의 새로운 건축 계획안이 상정됐지만 서울시는 ‘디자인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 건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25일 “판에 박힌 디자인에 대해서는 절대 허가를 내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축 심의 장수(長修)아파트 속출

건축심의 개선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대부분의 건축 계획안을 한두 번 심의한 뒤 곧바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19일 열린 제26차 건축위원회에서 심의를 통과한 뚝섬 서울 숲 아파트(546채)는 4번 만에 심의를 통과했다.

8월 24일 건축 계획안(사진1) 심의 때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너무 판에 박힌 디자인”이라며 재심 결정을 내렸다. 8월 31일 두 번째 건축 계획안(사진2)을 보고는 “근본적 변화 없이 외장에만 신경을 썼다”며 다시 재심 판정을 했다.

10월 5일 제25차 건축위원회 때는 “디자인은 괜찮지만 꼬인 디자인이 시야를 어지럽힐 수 있으니 시정하라”며 조건부 보고를 결정했다(사진3). 이 아파트는 19일 마침내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사진4). 그 과정에서 49층이던 층수가 48층으로 1개 층이 낮아졌다.

개선대책 훨씬 이전부터 건축위원회에 상정됐던 가락시영아파트(80개동, 8106채)는 5번 퇴짜를 맞고 9월 10일 6번째 소위원회에서 조건부 동의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이때도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개선대책 이전에 상정된 점을 고려해 조건부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입주자의 처지에서 심의했다면, 지금은 밖에서 건물을 보는 사람의 눈으로 심의를 한다”고 말했다.

○ “인센티브 등 보완대책 마련”

서울시는 지난달 말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37명의 건축위원을 새롭게 위촉했다. 총 64명의 건축위원 중 반 이상이 바뀐 것.

새로워진 건축위원회는 5일 서울시 산하 단체인 SH공사가 구로구 천왕동 27 일대에 1566채를 지으려던 건축계획안에 대해 “디자인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라”며 ‘재심’ 결정을 내렸다.

이전까지 별다른 제지 없이 심의를 통과해 왔던 SH공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 있다. 이런 서울시의 방침에 건설업계와 아파트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디자인 심의를 크게 강화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도 “외양만 번지르르하고 내부는 엉망인 집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내년 3월 본 시행 이전까지 인센티브제도 등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훌륭한 디자인을 갖춘 집이 나중에 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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