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거실에 메모판 설치해 자녀와 대화를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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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나 영상매체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글쓰기라면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교 교육이나 입시는 풍부한 독서와 수준 높은 표현력을 요구하는 통합 논술을 강조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자녀에게 글쓰기 연습을 어떻게 시킬지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지만 “책 좀 읽어”라는 잔소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글쓰기에 익숙하게 만들려면 일상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고 글을 자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생활 속 글쓰기 실력 이렇게 길러 주세요

○나만의 지도 만들기

글쓰기라고 해서 책상에 앉아 펜을 잡고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자녀의 사고력과 관찰력을 키워 주는 것이 기본이다.

아이와 동네에 나갔을 때 무심히 둘러보지 말고 신기한 물건을 파는 곳이나 새로운 길을 찾아 구경하자.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지나쳐 온 건물이나 길에 대해 기억해 얘기해 보도록 하고, 큰 도화지에 지도 형식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 집과 학교에 국한된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아이가 생각하는 ‘나만의 도시’를 그려 보도록 한다. 우리 동네에 만들고 싶은 건물이 있는지, 필요한 시설이 있는지 등을 대화를 통해 이끌어 낸 뒤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왜 그 건물을 만들고 싶은지,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사고력 훈련이 이뤄진다.

○집안 곳곳에 메모지를 붙여라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려면 짧은 글쓰기 습관부터 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먼저 메모지에 간단한 글을 써 자녀에게 건넨다. 예를 들어 ‘엄마 시장 다녀올게. 너는 뭐 할 거니?’라는 간단한 문장을 적어 자녀의 책상이나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둔다. 자녀에게 이 쪽지에 답을 쓰도록 하면 어렵지 않게 글쓰기를 유도할 수 있다. 거실에 작은 화이트보드 혹은 메모판을 만들어 글을 통한 대화 공간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처음엔 간단한 대화체의 쪽지 글을 주고받다 점점 글의 길이를 늘리고 대화의 내용도 일상적인 내용에서 점차 깊이 있는 내용으로 옮겨가면 글쓰기 훈련에 좋은 밑거름이 된다.

○TV 보고 감상문 쓰기

글쓰기 훈련에는 독서 감상문 쓰기가 좋지만 아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면 글쓰기에 흥미를 잃기 쉽다. 이럴 땐 아이에게 익숙한 다른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TV나 영화를 보면서도 메시지를 읽어 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TV를 보면서 아이가 내용에 대해 정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대화를 시도하자. 가령 드라마를 볼 경우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떤지, 다음 회에는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등을 물어보자. 이를 ‘미디어 감상문’으로 써 보게 하면 아이들이 글쓰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이 수준에 맞는 교양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골라 꾸준히 시청하면서 감상문을 쓰게 하면 재미와 학습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애완동물이나 식물 키우며 일기 쓰기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글쓰기 훈련에 접목시켜 보자. 동물을 키우기가 여의치 않다면 성장 속도가 빠른 식물도 무난하다.

자녀에게 애완동물이나 식물에게 애칭을 붙여 주도록 하고 2, 3일에 한 번씩 관찰일기를 쓰도록 한다. 동물의 활동적인 모습, 식물의 잎이 지고 꽃이 피는 모습 등을 유심히 살펴 묘사하도록 한다. 이는 좋은 글쓰기에 꼭 필요한 주위 환경과 변화에 대한 관찰력을 길러 준다. 꾸준히 일기를 쓰다 보면 한 가지 대상에 대해 다양한 어휘와 표현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향상된다.

○긴 글쓰기 훈련은 부담 없이

긴 글을 쓰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때 두려움이나 막막함을 느끼지 않고 글을 잘 써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책이나 영상물을 접했을 때 ‘내가 만약∼’이라는 가정을 세워 질문을 던지고 글을 써 보게 한다. 아이가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다양하게 상상한 내용을 자연스레 풀어 나가게 하면 긴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아이가 쓴 다양한 짧은 글을 모아 두었다가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주인공이나 시점이 다른 글들이라도 ‘착한 행동의 중요성’, ‘실수를 극복하는 법’ 등 주제를 정해 배열한 뒤 하나의 글로 재구성하게 하면 논리력과 글쓰기 실력이 함께 좋아진다.

이기택 1318논술연구소 소장은 “자녀의 글에 대해 부모가 좋은 글과 비교하거나 또래 수준에 맞추도록 강요하면 주눅이 들기 쉽다”며 “아이가 마음대로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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