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국제천문올림피아드 주니어부 1위 이종연 군의 꿈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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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이 과학자란 것 알지. 과학자는 돈 많이 못 벌잖아. 내가 연구만 할 수 있도록 엄마가 돈 많이 벌어요.”

“…. 그래.”

1일 우크라이나 크리미아공화국 시미츠에서 개최된 제12회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서 주니어부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이종연(15·을지중3)군과 어머니 양영미(43) 씨의 대화다.

엄마는 이럴 때마다 엄마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국제적으로’ 똑똑한 아들이지만 아직 아이구나라고 생각한다.

금메달을 걸고 귀국한 15세 소년의 별에 대한 끔을 들어 봤다.》

불가사의한 별의 세계 예측하고 증명하고파요

○ 끊임없이 묻는 학생

이 대회는 천문 분야 과학영재들의 경연장으로 21개국에서 114명이 참가했다.

종연이는 이론 1위를 포함해 관측과 실무 점수를 합쳐 최고 점수를 기록해 15세 이하 59명이 경쟁한 주니어부에서 1위에 올랐다.

1년 전 뒤늦게 천문 공부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깝다.

대표팀을 지도했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홍승수 교수는 종연이를 유난히 질문이 많은 학생으로 기억한다. 늦은 밤 보내온 종연이의 e메일에 여러 차례 답장을 주기도 했다.

홍 교수는 “기능만 발달하면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쉽게 포기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종연이처럼 쉴 새 없이 질문하는 학생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종연이는 거의 독학하다시피 했다.

지난해에는 학원에서 추천한 ‘올림피아드 과학의 지름길’이란 문제집을 거의 외우면서 국내 올림피아드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한 전문가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서론’이란 책을 추천했다. 천문학도의 필독서이자 대학 강의에서도 활용되는 책이다. 하지만 책이 절판돼 구할 수가 없어 대학에 근무하는 친척의 도움을 받아 책의 일부를 복사한 뒤 제본했다. 이제 그의 보물 1호가 됐다.

이 책에는 천문에 관한 기본적 원리와 함께 다양한 문제들이 실려 있지만 답이 따로 나와 있지 않다. 풀 수 있는 것은 풀고, 모르는 것은 빼곡하게 메모하며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종연이가 질문이 많은 것은 타고난 성격도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정답을 알려줄 사람이 없다는 사정도 깔려 있다. 그래서 “교수님이나 조교 형을 만나면 질문을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 종연이의 말이다. 요즘에는 ‘우주를 즐기는 지름길’ 등 대학 교양과목 수준의 책을 읽고 있다.

○ 천문-별 보는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별, 천문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가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이론과 관측을 통해 예측하고 증명하는 겁니다. 불가사의의 실체에 접근할 때마다 가슴이 떨립니다.”

천문에 대한 종연이의 생각은 벌써 과학자가 된 것처럼 의젓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천문은 별 보는 거지”라고 쉽게 말할 때마다 조금 화가 난다고 한다. 별을 자주 보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정말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리와 수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천문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수학에서는 특히 기하 분야가 필요하고 물리는 거의 전 분야가 활용되기 때문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요.”

종연이는 5월 개최된 국내 천문올림피아드뿐 아니라 8월 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땄다. 물리도 ‘하이 탑 물리’ 1, 2와 ‘일반 물리학’ 등을 보며 꾸준하게 공부해 왔다. 한국천문올림피아드(www.kasolym.org)는 매년 3, 4월 원서를 접수한 뒤 5월에 국내 대회를 치른다. 여기서 장려상 이상을 받은 100여 명을 대상으로 5차례에 걸친 인터넷 교육과 대학에서 2주간 진행되는 겨울학교 평가를 통해 국제대회 참가자(주니어부 3명, 시니어부 2명)를 선정한다.

○ 판타지 소설 1000권 독파

초등학교 때 측정한 종연이의 지능지수(IQ)는 150. 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우쭐할까봐 130 정도로 낮춰 알려줬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학교에 참가한 아들에게서 시무룩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큰일 났어요. 친구들이 문제 푸는 걸 보니 다들 천재같은데. 어떻게 따라가죠.”

엄마는 그제야 아들을 위해 감춰둔 숫자 ‘20’을 돌려줬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숫자보다는 노력과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종연이는 한때 판타지 소설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

‘드래곤 라자’ ‘묵향’ 등 초등 4학년 때부터 본 판타지 소설이 1000권에 가깝다.

엄마는 종연이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워 동네 서점마다 “우리 아이 오면 책 빌려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지는 것을 아들의 장점으로 여기고 있다.

“‘좋아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기회를 접하게 했지만 열심히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판타지 소설도 큰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아요.”(엄마)

종연이가 엄마의 말에 빙그레 웃는다.

“판타지 소설에 시간을 빼앗긴 것이 아깝지만 어린시절 별에 대한 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소설 책 보는 시간을 줄여야죠. 수천 광년 떨어진 별도 공부하는데 엄마 마음을 모르겠어요.”

글=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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