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공부가 필요해… ‘자녀와 알찬 전시 관람’ 교육 요령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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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폐막된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전문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①. 삼성어린이박물관에 마련된 ‘떼굴떼굴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관을 통해 공을 굴려 보며 과학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②. 용산 전쟁기념관 내 롤링볼 뮤지엄에는 공놀이를 통해 운동에너지의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전시물이 다수 전시돼 있다③④. 정미경 기자
지난달 말 폐막된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전문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①. 삼성어린이박물관에 마련된 ‘떼굴떼굴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관을 통해 공을 굴려 보며 과학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②. 용산 전쟁기념관 내 롤링볼 뮤지엄에는 공놀이를 통해 운동에너지의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전시물이 다수 전시돼 있다③④. 정미경 기자
“아이랑 박물관에… 왔노라, 보았노라, 당황했노라”

자녀와 함께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을 방문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박물관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면서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엄마에게 ‘박물관 교육’이 쉽지만은 않다. 미술, 과학 비전문가인 엄마로서는 호기심이 왕성한 자녀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전시회 나들이에 나선 엄마와 자녀들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장화정 삼성어린이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 전시회 규모보다 학습효과 기준으로 골라야

최근 역사, 과학, 미술, 자연, 화폐, 철도, 만화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엄마는 아이와 대화를 통해 갈 곳을 결정해야 한다.

평소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도 좋고, 반대로 어렵게 생각하는 분야의 주제를 선택해도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는 심화학습이 가능하고 아이의 소질을 키워 줄 수 있는 반면 어렵게 생각하는 분야는 그 분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요한 선택 기준은 아이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 전시회 규모가 크다든지, 최신 작품이 전시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다.

갈 곳이 결정되면 어떤 전시인지, 무엇을 보고 어떠한 것을 경험하게 될지 아이와 계속 얘기를 나누며 관람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엄마가 인터넷을 통해 해당 전시회 관련 정보를 알아보는 노력은 기본이다.

○ 미취학―초등 저학년은 체험 학습 위주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이므로 단순한 관람보다는 체험학습 위주 전시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요즘 어린이 박물관이나 과학전시회에 자주 등장하는 ‘공 전시물’을 사례로 들어 보자.

제1단계는 ‘자세히 관찰하기’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공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공이 어디에서 어디로 굴러 가니?” “무게가 다른 공들이 굴러 가면 어떻게 될까?” “어떨 때 빨리 굴러 가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 공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아이는 중력의 법칙, 운동에너지, 위치에너지의 기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2단계는 ‘다양한 실험 하기’다. 아이와 함께 공을 굴려 보면서 “네가 공의 방향을 바꿔 보겠니?” “공의 흐름을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한다. 엄마가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서 실험을 하면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이 몇 배로 커질 수 있다.

○ 초등 고학년은 관련 분야 지식 쌓는 데 초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구체적인 지식을 배우기 시작한다. 체험학습도 좋지만 전시된 미술품이나 과학 작품을 꼼꼼히 감상하면서 해당 분야 지식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달 말 막을 내린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에 전시됐던 ‘황제 루돌프 2세’(왼쪽 사진) 초상화를 살펴보자.

그림 속 인물의 의복과 장신구를 보면서 당시 시대상에 대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목에 하얀 칼라 주름이 있네” “남자가 목걸이를 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얘기한 후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그림이 그려진 시대(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에 대해 알아보자”고 제안한다.

그림을 통해 미적 체험을 강화하는 경험도 쌓을 수 있다. “어떤 재료로 그림을 그렸을까?” “빛은 어느 쪽에서 비쳤을까?” 같은 질문을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자녀에게 지나친 설명을 해 주는 것은 금물이다. 신나게 둘러보는 아이에게 “이제 그만 하고 이것 좀 읽어 봐” 하면서 작품 안내문 쪽으로 몰고 가는 엄마들이 있다. 그러나 박물관 관람을 통해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지 옆에서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녀에게 전문가의 설명을 들려주고 싶다면 주요 박물관들이 운영하는 전시설명회 시간을 이용하면 좋다. 또 작품 설명을 이어폰을 꽂고 들을 수 있는 디지털 가이드가 마련된 박물관인지 미리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국내 주요 박물관 체험행사
행사 기관(연락처)행사 내용
국립국립중앙박물관
(02-2077-9000)
-금관 만들기, 곱은옥 만들기(어린이박물관 프로그램)
-탁본 체험, 마음으로 읽는 우리문화재(터치 뮤지엄)
공립경기도박물관 (031-288-5300)-실크스크린, 민화 체험
경기도미술관(031-481-7007)-향기 나는 미술관
진천종박물관(043-539-3847)-범종 문양 탁본 체험, 범종 문양 만들기
허준박물관(02-3661-8686)-약첩 싸기, 약 갈기, 그림 찍어내기
사립북촌미술관(02-741-2296)-북촌 북스토리
재미난박물관
(032-765-0780)
-놀면서 배운다 체험박물관
-과학·수학·물리 개념 체험학습
세계술문화박물관-리쿼리움
(043-855-7333)
-리쿼리움과 함께하는 청명주 빚기 체험
대학경희대 자연사박물관
(02-961-0143)
-식물의 세계로 떠나는 가족 탐정단
-전문가와 함께하는 식물 표본 만들기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02-3277-3155)
-깃털, 새들만의 특별한 신체 구조대학
대학공군사관학교박물관
(043-290-6071)
-공군과 함께하는 플라잉 페이퍼
대학한양대박물관(02-2220-1392)-어린이를 위한 선사 고고학 체험교실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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