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영장 기각’ 기준 - 형평성 논란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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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씨에 이어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되자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프랑스와 덴마크 방문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용훈 대법원장(왼쪽)은 영장 기각과 관련한 검찰의 반발에 대해 “법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오른쪽)은 21일 오후에 출근하면서 영장 기각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인천=전영한 기자·변영욱 기자
신정아 씨에 이어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되자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프랑스와 덴마크 방문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용훈 대법원장(왼쪽)은 영장 기각과 관련한 검찰의 반발에 대해 “법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오른쪽)은 21일 오후에 출근하면서 영장 기각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인천=전영한 기자·변영욱 기자
檢 “김씨와 차명통화 입맞추기 구속 사유”

法 “증거인멸 우려 있다 판단하기엔 부족”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한 검찰의 반발은 ‘법원 영장업무의 기준과 형평성’에 관한 것이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속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준과 형평성=검찰은 김상진 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6급 세무공무원 허모(구속 기소) 씨와 정상곤(구속 기소)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처리 결과를 비교했다.

검찰은 2005년 1월 세무조사 편의를 봐준 대가로 김 씨에게서 25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허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씨는 이 사실을 자백했고 법원은 허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전 청장은 2006년 8월 26일 김 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정 전 청장과 김 씨 모두 혐의를 시인했다. 정 전 청장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고 법원은 수사 기록을 검토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주선한 대가로 김 씨에게 20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청구된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의 알선수재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관련자들의 진술이 바뀔 가능성이 적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정 전 청장의 혐의와 정 전 비서관의 혐의는 재판에서 입증될 경우 법정형이 서로 달라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대통령비서관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혐의가 소명된 이상 증거인멸 가능성보다는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이 앞서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증거인멸 우려 판단 논란=정 전 비서관의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의혹의 핵심인 정 전 비서관과 김 씨가 집중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전화로 연락(문자메시지 포함)을 주고받은 점을 정 전 비서관 구속 필요 사유로 법원에 제시했다.

정 전 청장이 김 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8월 9일부터 27일까지 두 사람은 10차례 통화했다. 이전까지 두 사람의 전화 연락은 한 달에 한두 번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8월 28일 본보는 정 전 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연루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8월 27일부터 9월 5일 김 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할 때까지 두 사람의 전화 연락은 20회로 늘어났다.

김 씨는 검찰 수사에서 이 기간 동안 정 전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내가 받은 돈은 정치후원금 2000만 원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는 진술을 했고, 검찰은 이를 정 전 비서관 구속 사유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앞으로 이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은 검찰과 법원을 하나로 생각한다. 국민이 영장처리 기준의 일관성에 신뢰를 잃게 되면 검찰과 법원 모두 국민에게서 외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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