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2005년이후 미술품 90점 집중 구입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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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장관을 맡고 있을 당시 기획예산처가 신정아 씨를 통해 미술품을 산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른 정부 부처도 신 씨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정부 부처 사무실 외벽에 걸려 있는 산수화. 이훈구 기자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장관을 맡고 있을 당시 기획예산처가 신정아 씨를 통해 미술품을 산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른 정부 부처도 신 씨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정부 부처 사무실 외벽에 걸려 있는 산수화. 이훈구 기자
검찰이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근무했던 기획예산처를 포함한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입 내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변 전 실장이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였던 ‘가짜 박사’ 신정아 씨를 위해 정부 예산을 남용했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 변 전 실장이 근무했던 예산처 외에 다른 정부 부처에서 신 씨를 통해 추가로 미술품을 구입했는지도 주목받고 있다.

▽기획예산처 신 씨 통해 미술품 2점 구입=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13일 “변 전 실장이 장관 시절 신 씨를 통해 그림 2점을 구입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걸었다”며 “하지만 구입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 측은 “예산처가 신 씨를 통해 구입한 그림의 총액은 40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미술품 목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 씨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근무했던 2002년부터 최근까지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입 내용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미술품의 구입 시기와 정상 가격, 구입 가격, 중개자 등을 일일이 대조하고 있으며 미술품 구입을 담당했던 일부 직원 등은 직접 소환해 조사했다.

서울서부지검 구본민 차장은 “100만 원짜리 작품을 신 씨에게서 1000만 원에 구입했다면 특혜”라며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확정된 뒤 법리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관련자에게 직권남용이나 국고 손실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 인사들은 본다.

또 신 씨가 실제보다 미술품 가격을 부풀려 정부 부처에 ‘납품’했다면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검찰은 또 신 씨가 미술품을 정부 부처에 납품하는 대가로 중개수수료를 받았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청와대 등 다른 정부 부처는?=각 부처의 미술품 구입은 예산처에서 따로 배정받는 것이 아니라 자산취득비(사무기기 및 미술품 구입 명목 등)라는 항목에서 해당 부처가 미술품 구입에 얼마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공교롭게도 변 전 실장이 예산처 장관으로 근무했던 2005년 이후 청와대의 미술품 구입 예산이 대폭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청와대의 미술품 구입 지출액은 2004년 1200만 원에서 2005년 9700여만 원으로 8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2006년에는 서양화 한 점을 구입하는 데 1억5000만 원을 쓰기도 했다.

미술품 임차 전시를 위한 예산도 2004년 1670여만 원에서 2005년에는 9300여만 원으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구입한 작품도 늘어 2004년에는 한 작품을 구입하는 데 그쳤지만 2005년에는 그림뿐 아니라 도자기와 목공예 작품까지 모두 12개 작품을 구입했다. 이 때문에 변 전 실장과 신 씨의 부적절한 관계가 미술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청와대 외의 다른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입에 신 씨가 관여했는지도 관심사다.

산업은행도 2005년 이후 미술품 90점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2003년 1점, 2004년 3점에 그쳤던 미술품 구입을 2005년 37점, 2006년 17점, 2007년 36점으로 2005년 이후 집중적으로 늘렸다. 관련 자료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측은 “2005년 이후 몇 개 화랑에 구입이 집중됐으며, 그중 G 화랑의 경우 신 씨가 근무했던 금호미술관 인근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전 정부에서도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일부 작품은 임차보다는 구입하는 것이 예산상 유리해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와대의 미술품 임차료가 턱없이 낮아 미술계 발전을 위해 임차료를 현실화해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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