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정보 없는 정보공시제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정보공개법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초중고교별 교과 성적 및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등 학부모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정보공시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정책 연구를 돕는다는 특례법의 취지에 벗어날 뿐 아니라 학업성취도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점수 자료를 공개하라는 4월 서울고법의 판결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초중고교 교과별 성적 비공개=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마련한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본보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교육부는 초중고교의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례법은 ‘학교의 학년별·교과별 학습에 관한 상황’을 밝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시행령에서는 성적 관리 규정, 정기고사 출제 문항 등을 공개 항목으로 뒀을 뿐 교과별 성적이나 평균, 표준편차 등을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학업성취도평가 등 전국 단위로 실시되는 시험 성적을 공개할 때도 개별 학교 단위가 아닌 소재지별 평균만 밝히기로 했다. 초중학교는 관할 지역 교육청별로, 고교는 시도 교육청별로 성적 분포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전·출입 현황이나 학업중단 현황, 졸업생의 진학 현황, 진학률과 취업률 등을 매년 4월 공시해 1년간 게재하고 교육청의 시정명령 등은 수시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성적 공개 여부 논란=학교별 학력 정보를 자세히 공개해야 학교들이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교육 여건이 떨어지는 학교에 예산 지원을 늘리는 등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정보공개법안을 발의한 국회 교육위원회 이주호 의원은 “지난해 5월 교육부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학교별 학력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며 “학교 실상을 공개하지 않고 모든 학교의 학력이 똑같다고 주장하면 낙후지역은 계속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별 학력 자료를 공개할 경우 학교별, 지역별 격차가 드러나 위화감을 조성하고 평준화정책과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의 큰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부는 “교과 성적은 학교마다 산출 기준이 모두 다르고 학업성취도평가는 전체 학교의 3%인 표집단위가 매번 바뀌는 특성이 있어 공개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며 “학력 정보를 모두 공개할 경우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다”고 밝혔다.

▽대학 충원율·취업률 매년 공시=사관학교와 경찰대 등을 제외한 모든 대학은 2학기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매년 9월 전년도 신입생 충원율과 재적 학생 현황, 취업률, 교원 확보율, 전임교원 강의 비율 등을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3년간 게재하도록 했다.

대학과 대학원을 구분하되 구분이 어려운 경우 통합 공시도 가능하도록 했다. 대학은 학부(과)별 전공단위로 기록하고 대학원은 종류별로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들은 대학 현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 학생 충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