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재락]10년 만의 무분규… 주름살 편 울산시민들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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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합니다.”

7일 오후 1시 반 울산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 사무실.

올해 임금, 단체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상욱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을 계기로 노사 간에 신뢰가 쌓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얼굴에는 10년 만에 파업을 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얻어 내며 임단협을 끝냈다는 뿌듯함이 한껏 배어났다.

이번에 노사가 합의한 상여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은 노조가 10여 년 전부터 요구해 온 ‘숙원 사업’이었다. 6일 조합원 찬반투표의 찬성률이 77.1%(투표자 대비)로 이 회사 노조 20년 사상 2003년(80.2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가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만성적인 파업에 시달려 온 울산 시민들은 현대차 노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7일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가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울산 남구의 400여 개 식당은 무분규 타결을 축하하기 위해 보름 동안 음식값을 10% 깎아 주기로 했고, 지역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현대차 구매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140여 개 지역 시민단체 모임인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는 범시민 환영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노조 찬반투표가 있었던 6일에는 정몽구 회장의 항소심 공판이 열렸고, 정 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들의 ‘물량 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 631억 원을 매겼다.

이 회사를 짓누르던 ‘트리플 악재(惡材)’가 하루 만에 모두 매듭지어진 셈이다.

이제는 현대차 노사가 국민과 지역사회에 끼쳤던 걱정과 우려를 풀어 주는 일만 남아 있다.

먼저 노조의 공격을 자초했던 현대차의 불투명한 경영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노조도 ‘퍼 주기 논란’이 일 만큼 회사의 양보를 얻어 낸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파업을 벌이는 관행을 과감히 털어 버리는 자세를 보여 줘야 한다.

현대차의 목표인 ‘세계 5대 자동차 회사(GT5)’는 상생을 바탕으로 하는 노사의 신뢰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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