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16기 추락 순직 박인철 대위 아버지 이어 또 안타까운 산화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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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머니의 슬픔은… 지난해 2월 경북 예천군의 공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고등비행교육 수료식에서 박인철 대위(당시 중위·오른쪽)에게 어머니가 ‘빨간 마후라’를 매어 주고 있다. 사진 제공 공군
이 어머니의 슬픔은… 지난해 2월 경북 예천군의 공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고등비행교육 수료식에서 박인철 대위(당시 중위·오른쪽)에게 어머니가 ‘빨간 마후라’를 매어 주고 있다. 사진 제공 공군
《“그냥 지켜봐 달라. 앞으로 훌륭한 조종사가 될 테니 하늘에서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2월 공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고등비행교육 수료식. 동료들과 함께 꿈에 그리던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른 박인철(27·공사 52기) 대위는 20여 년 전 조국의 하늘을 지키다 산화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 박 대위의 부친은 1984년 한미 연합훈련인 팀스피릿에 F-4E 전투기를 몰고 참가했다 불의의 추락 사고로 숨진 박명렬 소령. 하지만 대(代)를 이어 영공을 수호하겠다던 그의 늠름한 모습은 이제 가족과 동료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20일 KF-16 전투기의 추락 사고로 아버지처럼 창공에서 산화한 박 대위의 안타까운 사연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은 박 대위는 사춘기 시절 홀로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평범한 직장인이 돼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

하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서 조종복 차림으로 활짝 웃고 있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그의 가슴속에는 ‘빨간 마후라’에 대한 동경이 커져만 갔다. 또 나이가 들면서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유물전시관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입었던 조종복과 훈장 등 유품들을 접할 때면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 왔다.

결국 재수까지 하며 2000년 공사에 들어간 박 대위는 반드시 전투기 조종사가 돼 아버지가 끝까지 완수하지 못한 영공 방어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로 힘든 훈련과정을 모두 끝내고 지난해 2월 정식으로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 처음에 거세게 반대했던 가족들도 박 대위를 이해하고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지난달 6일 현충일 때도 박 대위는 어머니와 여동생 등 가족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부친의 묘를 찾아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박 대위는 당시 “비행 임무를 수행하면서 아버지를 떠올릴 때가 많지만 호국보훈의 달에는 그 마음이 더하다.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훌륭한 조종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박 대위는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2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아버지인 박 소령의 묘 옆에 나란히 묻히게 된다. 국립현충원 규정에는 아버지 옆에 아들을 안장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유족들의 간곡한 요청을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받아들였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화보] 영공의 수호신으로…눈물의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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