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동국대 자체조사로 규명될까

  • 입력 2007년 7월 16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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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가 신정아(35ㆍ여) 조교수의 학력위조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진실을 명쾌히 규명해 낼 수 있지는 미지수다.

신씨의 임용 과정에서부터 온갖 의혹이 제기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수사기관이 나서 한 점 의혹을 남김 없이 사실 관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국대는 한진수 학사부총장,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 등 5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신씨의 학력 위조와 특채 임용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자체 조사를 벌인 후 적절한 인사 조치를 취하고 필요하면 고소·고발이나 수사의뢰 절차를 밟겠다는 게 학교 쪽 설명이다.

동국대는 20일 열리는 학교법인 임시이사회에 1차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27일로 예정된 징계위원회에서 인사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조사위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진상 파악을 하려면 재단과 학교의 전ㆍ현직 고위 관계자를 조사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

신씨가 특채됐던 2005년 당시 이사장은 지금도 이사로 재직 중이고 그 때 총장은 현재 명예교수로 남아 있다.

또 신씨의 학력위조와 논문표절 문제를 폭로한 재단이사를 해임하는 과정에 현직 이사장, 총장, 교원징계위원장도 직접 찬성표를 던졌고 조사위원 중 한 명인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은 이사회에서 `신씨의 학위에 대해 이미 검증을 거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조사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이 조사의 주체가 되고 징계위원장을 맡고 있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동국대가 신씨에 대한 인사 조치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단 신씨를 직위해제시킨 뒤 신씨뿐 아니라 다른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벌이는 게 급선무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면 신씨 선에서 꼬리를 자르려는 것이란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것.

수사기관의 개입이 아니면 진실을 밝히기 힘든 상황인데도 동국대가 고소·고발이나 수사의뢰 등 조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일시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신정아씨가 지인에게 다시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선 출국금지가 시급하고 이를 위해선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국대의 이런 모습은 `황우석 사태' 때 서울대의 조치와 비교할 때 너무나 대조적이다.

당시 서울대는 외부 인사가 참여한 조사위원회 가동과 동시에 연구실을 전면 폐쇄하고 사기·횡령 등을 입증하는 회계자료를 확보해 감사원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논문날조에 대한 대학 당국의 `학문적 확정 판단'이 나올 때까지 수사 속도를 조절하긴 했지만 출국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검찰과 경찰은 수사 착수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이미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16일 "신씨의 학위 위조는 대학의 인사 조치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 사문서 위조나 업무방해 등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고소ㆍ고발, 수사의뢰 등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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