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아시아 대학가에 싹튼다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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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바람이 거센 대학가에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뜨고 있다.

서울대는 이달 말부터 유럽연합(EU) 통합의 밑거름이 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아시아판을 성사시키기 위해 야심에 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동북아 중심의 아시아 지역 통합을 내세운 ‘한중일 국제 여름학교’가 그 시작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EU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의 베이징(北京)대, 일본의 와세다(早稻田)대가 함께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3개 대학에서 영어실력,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전형을 거쳐 10명씩 선발됐다. 이들은 모두 함께 일주일씩 3개 대학을 잇달아 돌며 ‘유럽 통합이 아시아에 주는 함의’ ‘전쟁의 기억과 역사인식’ 등의 주제로 열리는 ‘아시아 통합’ 강의를 듣는다.

이들은 함께 생활하고 토론하며 진정한 ‘아시아 정신’을 경험하게 된다.

○대학도 ‘아시아 네트워크’가 경쟁력

대학들이 아시아 통합교육에 눈을 돌리는 건 ‘아시아 네트워크’가 대학의 세계적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고려대도 이런 이유로 내년부터 ‘아시아 MBA’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의 고려대, 중국의 푸단(復旦)대, 싱가포르 국립대는 바이오, 금융시장 분야를 공동연구하면서 이 MBA 과정을 5년 내에 아시아 최고의 대학 통합연구 프로그램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4년 전부터 실시된 연세대의 ‘대학생 동북아 네트워크’도 에라스무스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연세대의 지원을 받아 학생 동아리들이 키워 낸 이 프로그램은 100여 명의 동북아 학생이 모여 매년 개최하는 교류행사의 기조연설자로 전직 대통령을 섭외할 정도다.

○에라스무스의 위력

유럽의 에라스무스 동문은 각국에서 정한 ‘20주년 에라스무스의 날’을 기념한다.

1990년 설립된 ‘에라스무스 학생 네트워크’는 20년에 걸친 에라스무스 동문의 모임으로, 탄탄한 인맥을 통해 에라스무스와 같은 유럽통합 프로그램을 컨설팅한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에라스무스 동문 중 ‘제2외국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에라스무스 비경험자보다 40∼65%가량 높았다. 또 ‘실제 첫 직장을 구할 때 외국어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답한 비율도 60%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유석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 대학의 등록금 차이 해소를 위해 3국 공통기금이 필요하다”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대학을 인증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APAIE) 이두희 회장은 “각 대학이 일대일 교류를 넘어 에라스무스와 같은 연대를 이루면 여러 대학과 동시에 교류할 수 있어 교류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위해 각 대학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아시아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학점 인정, 예산 지원 등에 힘써 줬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에라스무스 프로그램(Erasmus programme):

1987년부터 시작된 유럽연합(EU)의 학생교환 프로그램으로 점차 교수, 대학교원 교류로 확대돼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15세기 네덜란드 출신의 철학, 신학,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딴 이 제도는 자유로운 인적 교류로 유럽 통합의 기반을 마련했다. 유럽의 31개국 2199개 고등교육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20년간 120만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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