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논술 교육의 5가지 과정(3)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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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삭하려면 교사도 논증적 글쓰기 익숙해야

논술 교육의 마지막 과정은 평가입니다. 평가는 글쓰기 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가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일반적으로 교육에서 평가는 ‘화룡점정((화,획)龍點睛·무슨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함)’의 작업입니다. 적절한 평가가 뒤따를 때에는 교육 효과가 크지만, 잘못 평가하면 기껏 힘들인 교육이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도 밝혔듯이 글쓰기 지도는 글 쓰는 기회만 체계적으로 제공해도 스스로 성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예를 들어 교사가 지도 능력이 부실해도 어느 정도 학생의 실력 향상을 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가의 경우는 교사가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한 것만 못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평가능력이야말로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먼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인 셈입니다.

○ 논술 어떻게 평가할까

서울대 평가 기준표
이해 분석력(20)발문과 지문에 대한 이해· 분석 능력 등
논증력(30)근거 설정 능력/ 구성 조직 능력
창의력(40)심층적인 논의전개/ 다각적인 논의전개/ 독창적인 논의전개
표현력(10)표현의 적절성

그렇다면 논술에서는 무엇을 평가해야 할까요? 가장 표준화된 기준 중 하나인 서울대 평가 기준표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해·분석력은 넓은 의미의 읽기 능력을 말합니다. 지문과 논제를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논증력은 주로 글의 형식적 부분(어떻게 썼는가)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근거를 제시하여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논증력이 제대로 발휘되어야 최소한 B급 답안이 될 수 있습니다.

창의력은 주로 글의 내용적 부분(무엇을 썼는가)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다각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나름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면 A급 답안으로 평가됩니다.

이 표의 평가 영역 구분은 대체로 표준적이라 할 수 있지만 영역별 배점은 현재 서울대의 배점이므로 지도 상황이나 교육 목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부여될 수 있습니다.

논술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차원이 세 수준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가장 거시적 차원으로 논증의 차원입니다. 전체 글이나 각 문단에서 논증이 제대로 구성되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결론과 근거가 여러 측면에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검토합니다.

둘째는 이보다는 미시적인 차원으로 주장(claim)의 차원입니다. 논증은 주장들의 집합이므로 논증을 이루는 주장에 문제가 있다면 올바른 논증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모호하여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 문장이 없는지, 참이 아니거나 합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은 없는지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인 차원인 개념 차원입니다. 개념을 잘못 이해하거나 단어를 잘못 사용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봅니다.

○ 첨삭은 느낌표·물음표 지도법으로

다음으로 평가를 통한 피드백(첨삭)입니다. 첨삭 단계야말로 학습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첨삭은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기초로 지도하는 작업입니다. 평가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바로잡도록 지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문론적 요소에 집중하기보다는 논술 평가 영역을 적용하여 첨삭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평가 및 첨삭 능력을 기르려면 교사 본인이 논증적 글을 써 보는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첨삭 지도를 꼭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능력과 소양이 있는 친구들은 약간의 자극만 줘도 스스로 상승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는 자녀의 논술 지도를 스스로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의 지도법은 ‘느낌표·물음표 지도법’입니다.

먼저 어릴 때부터 자주, 자유롭게 글을 쓰도록 해서 글 쓰는 버릇을 들여 놓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아이가 글을 쓰면 아빠가 직접 지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일은 느낌표와 물음표를 쓴 것 외에는 없습니다. 아이 글을 읽어 보고는 잘 썼다 싶은 부분은 밑줄 긋고 느낌표 하나, 아주 잘 썼다 싶은 부분은 밑줄 긋고 느낌표 둘을 표시합니다. 읽어 보다 문제가 좀 있다 싶은 부분은 밑줄 긋고 물음표 하나, 정말 문제다 싶은 부분은 밑줄 긋고 물음표 둘을 표시합니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돌려줍니다.

그러면 학생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마 독자 혹은 평가자 쪽에 서서 왜 이곳은 느낌표이고, 왜 저곳은 물음표인지 스스로 고민해 볼 것입니다. 왜 여기는 느낌표 하나고, 저기는 느낌표 두 개인지도 따져보았겠지요. 그러면서 글을 보는 안목이 늘고, 글을 보는 안목이 늘었으니 글을 쓸 때도 미리 따져서 고치게 됩니다. 이리 저리 따지는 과정 속에 사고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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