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대학원 박명림(지역학 협동과정) 교수는 25일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의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할 ‘국가의제, 헌법비전, 그리고 국가관리 리더십: 건국 헌법과 전후 헌법의 경제조항 비교와 경제개혁’ 논문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미 정부 문서 등을 분석한 이 논문에 따르면 1954년 개헌 당시 미국은 건국 헌법의 몇 개 조항을 문제 삼으면서 “시장경제 체제 헌법으로 개정하라”고 집요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미국이 문제 삼은 조항은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85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87조 1항)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 하에 둔다(87조 2항) 등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미국의 압박을 받은 뒤인 1954년 1월 국회에 85조 등 경제조항만을 고친 개헌안을 제출했으나 3월 철회했다. 그 직후 자유당과 우익단체들은 ‘초대 대통령 중임 제한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고, 같은 해 11월 미국이 요구했던 ‘시장경제 조항’과 ‘중임철폐 조항’을 묶어서 통과시켰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자신의 요구(임기 연장)와 미국의 요구(경제 개헌)를 맞교환했다”며 “이승만의 노회한 정치적 능숙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2차 개헌에 의해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 체제가 시작됐으며 이것이 한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면서 “헌법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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