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논술 문제 유형별 접근 (2)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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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일수록 바로 핵심을 찔러라

논술 문제의 첫째 기본 유형은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글을 요구하는 형태인 ‘해결책 제시형’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논술이 본질적으로 문제 해결적 글쓰기다 보니 문제 해결 과정이 담긴 글이 기본 유형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해결책 제시형 문제는 이전의 논술에서도 가장 출제 빈도가 높았던 유형이며 통합 교과형 문제에서도 자주 출제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모의 논술을 예로 들어 볼까요?

[문항1 논제3] 위의 논의를 토대로 정보화 시대의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구상해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기술하시오. (800자 이내)

[문항2 논제3] 논제 2의 비판에 근거하여 게임과 폭력의 상호연관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 (500자 이내)

[문항3 논제2]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제시문 (다)를 참고하여 당시 조선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시오. (1000자 이내)

서울대 모의 평가 문제에서는 문항마다 마지막 논제에 해결책 제시형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처럼 창의적 적용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해결책 제시형입니다. 해결책 제시형 문제에 접근할 때에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요?

첫째, 무엇보다도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해결책 제시형 문제는 해결 방향 제시만 요구하지 않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 제시를 요구합니다. 방향만 제시하라고 하면 비슷한 논의가 많이 나와서 채점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방안’이라는 표현 자체가 구체적인 것을 요구하지만 출제자는 노파심에서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표현하여 배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배려는 번번이 무시당합니다. 많은 학생이 당위적 원칙적 차원의 논의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정신 차리면 된다, 손에 손잡고 나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잘해 보자’라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로 일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을 제시하여야 의미 있는 논의가 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꼭 필요합니다.

둘째,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문제점이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문제점이나 원인을 분석할 때에는 드러난 겉모습만 보면서 피상적인 분석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내적인 관계나 실상을 드러내야만 깊이 있게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문제점이 있더라도 그것들이 혹시 어떤 근본적 원인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지, 혹은 그 문제 중 어떤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 아닌지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 정확하게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인 분석과 해결책을 모두 요구하는 문제의 경우 두 과제의 내용만 채우는 데 급급하지 말고 두 과제 사이의 비중과 논리적 연결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먼저, 원인이나 문제점을 분석하는 과제와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과제는 비슷한 비중을 가진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내용상으로는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적절한 대책이 나올 수 없으니 분석이 중요하지만, 목표는 결국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비중은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원인 분석에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꼼꼼하게 접근하지만, 대책은 원칙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에서 그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두 과제 사이의 논리적 연결도 중요합니다. 대책을 제시할 때 앞서 분석한 원인이나 문제점 중 어디에 대응하는 대책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이 해결책이 어떤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인지 힘들게 찾아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문제점 분석과 해결책 제시가 마치 다른 사람이 쓴 내용인 양 따로 놀아서는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셋째, 해결책 제시형 문제에 대한 답안은 대부분의 학생이 익숙해져 있는 미괄식 구성을 따라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1000자 이상의 비교적 긴 답안을 쓴다면 서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본론에서 문제점 혹은 원인을 분석한 다음 결론에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많은 학생은 결론 단락이 반드시 짧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근거 없는 고정관념입니다. 논의의 흐름상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결론이 될 경우, 결론 단락은 길이가 긴 한 단락이어도 되고, 두 단락으로 써도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짧은 서론-긴 본론-짧은 결론’이라는 구성은 기본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모든 글에 관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의 요구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합 교과형 논술에서 해결책을 1000자 미만의 비교적 짧은 글로 요구할 경우 도입에서 문제의 배경이나 상황을 장황하게 논의할 필요 없이 바로 해결 방안 제시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주어진 지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다각적인 해결책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글일수록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며, 바로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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