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애 확정 전에는 소멸시효 적용 안된다"

  • 입력 2007년 4월 25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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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이 언제 드러날지 모르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 서둘러 합의를 종용하고, 뒤늦게 소송을 당하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해온 보험사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눈에 띄는 장애를 갖게 돼 손해를 알고 있었더라도 성인이 돼 장애가 완전히 고착되기 전까지는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25일 돌려보냈다.

네 살 때인 1986년 트럭 바퀴에 한쪽 다리가 깔려 성장판이 손상되는 부상을 당한 A(24)씨는 여덟 살 때 큰 수술을 받으면서 성장이 끝나는 17~18세까지 부상이 더 심해지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진찰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보다 짧은 부동 장애를 겪어야 했고 17세 되던 해 1999년 장애등급 6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아홉살 때인 1991년 보험사에서 마지막으로 보험금을 받았지만, 장애등급판정을 받은 지 4년만인 2003년에 뒤늦게 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A씨가 1999년 장애인 등록을 마치면서 장애의 존재와 정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그 때부터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미 민법상 3년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맞소송을 냈고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이라 함은 단지 관념적ㆍ부동적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는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런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장애 등급 판정을 받았을 때에는 아직 성장이 완료되기 전이어서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가 고착돼 손해가 현실화됐다고 볼수 없다. 성장 완료 후에도 보행 이상으로 발생될 수 있는 여러 후유장해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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