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인문계 대입 실전 논술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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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추사 김정희(1786∼1856) ‘세한도(歲寒圖)’, 고등 ‘미술’(시공사) 31쪽
[그림1] 추사 김정희(1786∼1856) ‘세한도(歲寒圖)’, 고등 ‘미술’(시공사) 31쪽
[그림2] 변상벽(1730∼?) ‘묘작도(猫鵲圖)’ 고등 ‘미술’(대한교과서) 69쪽
[그림2] 변상벽(1730∼?) ‘묘작도(猫鵲圖)’ 고등 ‘미술’(대한교과서) 69쪽
■논제

제시문 <가><나><다>는 평등에 관한 글이다. <나><다>에 나타나는 평등의 성격을 각각 설명하고, 제시문 <라>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현실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술하시오. (1600자 ±100) ※제시문은 이지논술 사이트에 있습니다.

■학생글 - 이동환·서울 대진고 3학년

①제시문 <나>에 의하면 법은 형식적으로 어느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그래서 실질적 문제인 분배를 다루게 된다면, 법은 깨어지고 찢길 수밖에 없다. 법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으로 평등하지 않다고 볼 수가 있다. 제시문 <다>는 여성고용할당제와 내신 우수자 대학 진학 보장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②우선 여성고용할당제는 여성들에게 사회에 이바지할 수가 있도록 사회의 일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정책이다. 다음으로, 내신 우수자 대학 진학 보장법은 선진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 평등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③즉, 제시문 <다>의 두 글은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주고 있다.

제시문 <라>에서는 기본적 권리와 안락함의 갈등을 말하고 있다. 이는 극빈층과 상류층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실은 두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다만, 현실은 경험과 연구를 통해서 이상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묵시하지 말고,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며 안락함을 동시에 이룩해야 한다. 그렇다면, ④어떻게 소외 계층의 권리와 지배 계층의 안위를 동시에 이룩할 수가 있을까? 상위 계층의 경제력을 무조건 끌어내려서 하위 계층에게 나눠줘야 할까? 아니다. 그 답은 자연 속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밤 동안 차가웠던 공기는 낮이 되면서 순환하게 된다. 지면에 가까운 공기는 지구복사열에 의해서 따뜻해지며 상승기류가 된다. 반면, 지구복사열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상층부의 공기는 하강기류가 된다. 이렇게 공기의 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이런 자연현상을 사회현상에 적용시켜 본다면, ④-1사회적 약자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저소득층 지원이 그 예이다.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에서는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저소득층은 사회 안정에 기여한다. 또, 우리는 주변에서 기회의 평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하철역에 가보면 노약자와 장애우를 위한 승강기를 볼 수 있다. 일반인과 달리 몸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우에게 사회간접자본을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준 것이다. 또한, 전동차 내부에도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여 그들이 사회공동체원임을 보여 준다. 즉, 그들에게도 권리가 있고, 그들에게 권리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무는 줄기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땅 끝에서 물을 공급해 주는 뿌리가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정치인은 반드시 자신을 알아주고 지지를 해 주는 지지층이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도 우수한 인력만으로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없다. 기업은 생산품을 소비해 주고 신뢰해 주는 소비자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상위 계층만 잘산다고 해서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사는 하위 계층이 안정적이어야 상위 계층도 잘살 수 있다. 따라서 ⑤우리는 소외된 계층의 권리를 내버려 두고 안정을 꾀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하위 계층을 도와 사회 전체적인 안위를 위협하는 것도 아닌 상부상조의 자세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첨삭지도

쓸 거리를 정리하면 두 개다. (1) 제시문 <나><다>에 나타나는 평등의 성격을 ‘각각’ 설명하고, (2) <라>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현실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술하는 것이다.

비교분석논리력을 요구하는 (1)은 모든 학생이 <나><다>에 나타난 평등의 성격을 ‘각각’ 비교설명하면서 가치중립적으로 잘 기술했다. 하지만 (2)에서 ‘현실의 구체적 사례’를 예시근거로 들면서 논술하라는 지점에서 대다수가 논점에서 이탈했다.

대학들이 내놓고 있는 평가기준에 ‘(A)묵시적 가정이나 생략된 전제에 대한 고찰’, ‘(B)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맥락이나 배경상황에 대한 적절한 고려’ 등이 창의력 평가요소다. <라>의 (A)와 (B)는 ‘사회적 약자(어린이)의 밥 한 그릇의 생존조차 보장하지 않는 문명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콜비츠의 판화는 사회적 약자의 비참한 사회현실이 단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만 자행되는 것은 아님을 일깨워 준다.

사회적 경쟁에서 배제된 채 ‘고통 받는 사람’들의 상징인 아이들의 밥그릇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암묵적 전제이자 논의전개의 맥락’인 것이다.

이것을 창의적으로 고찰해 ‘사회적 약자와 불평등한 현실’을 논점으로 잡는 게 바로 이번 논제의 관건이다. 따라서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평등론이 논의를 전개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 바로 ‘차등의 원칙’ 말이다. 롤스는 사회적 분배를 정의의 원칙으로 설명한다. 제1원칙은 ‘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자유의 원칙이다.

제2원칙은 천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혜택 받지 못한 계층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과 일단 그 조건이 충족된 다음에는 각자의 능력이나 업적에 따른 차등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이다. 물론 제1우선성의 원칙은 자유의 원칙이다.

다시 말해 제시문 <라>의 ‘아이들의 빈 그릇’에서 즉 ‘최소 수혜자의 얼굴’을 보아야 한다. 가령 어느 학생처럼 북한이 총예산의 30%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면서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순을 지적한 것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논하지 않고, 고교등급제로 인한 역차별 문제나 양성평등에 대해 논했다. 논점이탈이다.

이동환 학생은 ④와 ④-1에서 저소득층을 하나의 사례로 들어 논의전개를 한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최저생활보장제 등 구체적인 대안이 나왔으면 더 설득력이 배가되었을 텐데 이 점은 아쉽다. 또한 평등이론에 관한 기초지식의 빈곤이 다각적인 논의와 논증의 심층을 떨어뜨린 게 큰 단점이다.

①에서 왜 ‘법 앞의 평등’이 소극적 평등관인지에 대한 근거를 서술하지 않았다. ① 뒤에 “법 앞의 평등은 조건의 평등을 무시하고 기회의 평등에만 만족하기 때문이다”를 써 줘야 한다. ②에서는 여성고용할당제의 목적을 단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인적자원의 효율성에서만 찾았다.

남성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평등실현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③에서도 <다>를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회의 평등(equality of opportunity)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소극적 평등관’(<나>)이고, <다>는 오히려 조건의 평등(equality of condition)을 강조하는 ‘적극적 평등관’이다. 능력이나 조건을 무시하고 정치적 수단으로 결과적 평등을 구현하고자 하는 결과의 평등(equality of outcome)은 사회주의 평등관으로 제시문에는 나와 있지 않다.

④에서도 적극적 평등관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단지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논의전개의 정합성을 갖는다.

⑤에서도 분배정의의 실현을 사회의 안정 차원에서만 다뤄 아쉽다. 자유와 평등의 조화, 그리고 분배정의는 민주주의의 이상적 실현과 정의 차원이다. 이 점과 연관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 평등관의 의의를 다뤘다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논제 분석]

이번 논제는 논제요구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명확하다. 우선 제시문 <가><나><다>는 평등을 다루고 있다는 걸 논제에서 명시하고 있고 제시문 <가>가 논점(다루는 주제)을 리드하고 있다. 그리고 쓸 거리는 (1) <나><다>에 나타나는 평등의 성격을 각각 설명하고, (2) <라>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현실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1600자 내외로 논술해야 한다. (1)에서는 <나><다>에 나타난 평등의 성격을 ‘각각’ 설명하라고 했으므로 ‘각각’ 써 주고, (2)에서는 <라>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현실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서 논술하라고 했으므로 꼭 ‘구체적 사례’를 들어 줘야 논제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제시문 분석]

(가) 평등에 대한 바이블로 통하는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발췌했다. 서술논점은 불평등의 기원이다. 인간은 원초적 자연 상태에서는 평등을 향유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인간은 집단생활을 시작한다. 이러한 집단생활은 인간이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정치학을 불러오고 이런 상대적 평가에 의한 불평등이 첫 걸음마를 시작한다. 집단생활은 서로의 차이를 의식하게 되고 이러한 차이에서 자신이 우월하게 보이고 싶어져 결국 소유욕과 결합하면서 평등은 사라진다. 사적 소유가 정립된 후 기술이 발달하고 이러한 발달은 차이를 두드러지게 한다. 마침내 상속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평등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나) 하이에크의 ‘법 앞의 평등’을 전제로 한 소극적(자유주의) 평등관이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 평등관은 적극적(물질적·실질적) 평등을 이루려는 모든 정부의 활동과 갈등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분배의 정의라는 실질적 평등은 법의 질서를 파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이고 필연적이다. 가령 1000만 원의 수익을 가진 사람과 100만 원을 번 사람에게 법의 평등 원리로 10%의 세율을 징수하게 되면 산술적으로는 평등하게 보이나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객관적 조건인 소득 차를 무시하기 때문에 불평등은 전혀 해소되지 못한다. 이에 정부가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누진율을 적용하려 한다면 이는 법적 평등에 위배되는 모순에 빠진다.

(다) 여성고용할당제는 남녀고용평등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남녀고용평등은 법으로 남녀차별에 대한 금지조항이다. 즉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반면에 여성고용할당제는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다. 모든 부문에서 채용이나 승진 시 일정한 비율을 여성에게 우선 할당하는 제도다. 미국의 소수자 우대정책도 마찬가지다. 대학입시에서 마이너리티(소수자)를 배려함으로써 가난한 시골학생이라도 충분한 교육을 누릴 수 있게 하려는 적극적 평등이다. 개인의 조건부족을 사회적으로 보충해 정의를 실현하는 게 목적이다.

(라) 20세기 초 독일의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포스터에서 밥을 구걸하는 아이들의 순결한 눈망울은 한 사회의 근원적 불평등을 대변해 주고 있다. ‘밥 한 그릇의 생존’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콜비츠가 보여 준 전쟁 중 가장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처한 어린 아이들의 생존의 고귀성은 그 어떤 사회에서도 사회적 경쟁에서 배제된 채 고통 받는 사람들의 불평등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곧바로 정의가 아님을 역설하는 것이다.

노만수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실장·서울디지털대 문창과 교수

■다음 주 논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논제1] 제시문 <가>와 <나>가 각각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500자 ±50자)

[논제2] 제시문 <다>와 <라>의 요지를 설명하고 모든 제시문을 바탕으로 ‘그림 1 과 2’를 비교한 감상을 논술하시오.(1000± 50자)

[그림1] 추사 김정희(1786∼1856) ‘세한도(歲寒圖)’, 고등 ‘미술’(시공사) 31쪽

<가> 식객 가운데 제(齊)왕을 위하여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었다. 제왕이 “무엇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개나 말 같은 동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귀신이나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한비자, ‘외저설’]

미원장(米元章·1051∼1107)은 그림을 베끼는 재주가 있었다. 연수에 있을 때 어느 객이 대숭의 ‘우도(牛圖)’를 팔려고 하므로 원장이 며칠 빌려 보자고 한 다음, 모사본으로 바꿔치기를 했는데 그 객이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후에 객이 그림을 가져와 진본을 돌려달라고 하므로 원장이 괴이하게 생각하여 “당신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소?”하고 물으니, 객이 답하기를 “소의 눈동자 속에 목동의 모습이 들어 있었는데 이 그림에는 그것이 없소”라고 하였다.

[주휘, ‘청파잡지’]

<나> 대나무가 막 움이 터 나올 때에는 한 마디 정도 되는 싹일 뿐이나, 여기에서 마디가 생기고 잎이 나온다. 처음에는 층층이 포개져 있는 마디가 마치 매미 배 가죽 같고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것 같으나 이것이 자라면 수십 길이 되어 검을 뽑아 하늘을 닿을 듯한 기상이 되니 이런 것은 나면서부터 그 안에 있었던 것이다. 대나무를 그리는 자가 마디마디 윤각을 그리고 잎잎을 포개고 있으나 어찌 다시 생동하는 대나무를 그려낼 수 있겠는가?

대나무를 그릴 때에는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하고(成竹於胸中)’ 나서 붓을 들고 자세히 바라보아야 그리고자 하는 것이 보일 것이니 그때에 급히 서둘러서 붓을 휘둘러 곧바로 그려내어 보인 것을 따라잡아야 한다. 마치 토끼가 나옴에 새매가 쏜살같이 내려와 채가듯 해야 할 것이니 조금이라도 늦추면 토끼는 저만치 달아나 버릴 것이다.

[소동파(1036∼1101), ‘마음 속 대나무’]

<다> (…) 옛날에 내 친구 이자야(李子野)가 등불 아래 벽에 비치어 나타난 매화 그림자를 그린 적이 있는데, 그 형상이 부은 듯 부풀어 오르고 울퉁불퉁한 모습이어서 매화인 줄 알지 못하겠으나, 풍기는 분위기만은 제법 옮겨내었으므로 매화가 범상치 않은 화훼임을 알았다. 내가 손뼉을 치면서 껄껄 웃자, 자야가 달가워하지 않으며 말하기를 “이것이 소동파(蘇東坡)가 등불을 마주하고 말의 그림자를 그린 것보다 낫지 아니한가?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펼쳐내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라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그렇겠다. 나는 그림 그릴 줄 모르니 매화의 운치[趣]를 어찌 알겠는가? 운치도 알지 못하거늘 매화의 본성[神]을 어찌 알겠는가?”라 하였다.

본질적인 특성[神]은 매화에 있는 것이지만 운치를 느끼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단순히 대상물로서 대상을 바라본다면, 매화와 나는 아닌 게 아니라 과연 서로 다르다. 그러나 상리(常理)로서 대상을 바라본다면 나와 매화는 같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줄만 알았지, 그 운치 있는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온통 티끌과 먼지로 뒤덮인 세상에서 그 마음속은 더럽혀지지 않도록 한다면, 상쾌한 정신과 빼어난 맑음으로 충만한 매화에게서 나의 운치를 북돋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운치를 이미 터득했다면 그것은 본질적 이해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본질적 이해에 도달한 자는 매화에 대해서 붓을 잡는 일을 기다리지 아니하고도 바로 해 낼 수 있는 것이거늘, 하물며 그 가지와 잎을 따지겠는가?

[권헌(1713∼1770), 묵매기(墨梅記)] ‘서울대 2008 2차 예시논술’

<라> 이 화첩 네 권은 태학생(太學生)인 유헌 윤용(萸軒 尹熔·1708∼1740)의 작품이다. 그는 그림을 사랑하는 것이 꼭 물총새가 그 깃털을 사랑하듯이 한다고 하여 윤공을 비웃는 자도 있다. 그래서 화첩을 ‘취우(翠羽·물총새 깃털)’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화첩의 내용은 꽃과 나무, 동물, 풀벌레, 곤충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 그림들은 대부분 실물을 흡사하게 닮았는데 그 묘리는 정밀하고 섬세하며 생동감이 넘친다. 이러한 그의 그림은 서툰 화가들의 거친 필치인 독필(禿筆·몽당붓)과 수묵을 사용하여 기괴를 부리며 “화의불화형(畵意不畵形·뜻을 그리고 형을 그리지 않는다)”이라고 자처하는 것들과 비교할 바 못 된다. 윤공을 나비와 잠자리를 잡아서 그 수염, 털, 맵시 등을 세밀히 관찰하고는 그 모습을 똑같이 묘사한 후에야 붓을 놓았다고 하니, 그의 정심(精深)한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정약용, ‘발취우첩’(跋翠羽帖)]

노만수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실장 서울디지털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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