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제자, 스승에 ‘상생’의 길을 묻다

  • 입력 2007년 4월 19일 0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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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120만 시대’라는 언론 보도를 보면 이 말이 졸업과 동시에 나의 현실이 되지 않을까 모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도 저희들을 자식과 같이 여기시고 부디 많은 가르침과 반성을 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을 드립니다.”》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최근 서경돈 총장을 비롯해 교수 400여 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총학생회 명의로 보낸 이 편지에는 교수들에게 바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예의를 갖춘 말투 속에서도 ‘뼈 있는’ 이야기를 편지에 담았다. 강의를 성실하게 하지 않는 일부 교수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총학생회 측은 “일부 교수님의 무단 결강과 불성실한 수업 태도, 보강 미실시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신고센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히 편지에는 교수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었다.

일부 학생은 “학생 개개인의 가정환경과 적성, 꿈이 어떠한지 살펴봐 주세요. 교수님을 단지 수업만 하는 분이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가슴속에 담을 수 있는 은사로서 존경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단과대학 학생대표들의 의견을 모아 이 편지를 작성했으며 대학 측은 교수들의 학과 사무실 우편함을 통해 편지를 전달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참가하고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자는 ‘학교 사랑하기 학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성준(26·경영학과 4년) 총학생회장은 “교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입학 당시보다 학교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학교를 아끼고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교수님들께 편지를 드렸다”고 말했다.

편지를 받은 교수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언론정보학부 장택원 교수는 “편지를 받고 내가 수업을 열심히 잘하는지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서로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대학은 기본적으로 성인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이므로 자율적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학생들은 타율적이고 의존적인 태도로 대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실무외국어학부 김우중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도 “과제가 많고 공부하기 힘든 과목은 외면해 폐강이 이어지는 현실은 편한 것을 찾는 요즘 대학생들의 한 단면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편지를 받은 서 총장은 “교수와 학생이 담을 쌓으면 공동 책임감보다는 ‘네 탓’만 하기 쉽다”며 “학생들이 교수들과 편지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모습은 활기찬 캠퍼스를 위한 ‘비타민’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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