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지자체-동문' 협조로 첨단학교로…한국항만물류고

  • 입력 2007년 4월 12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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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한국을 대표하는 통역사가 될 겁니다. 우리 학교에서 그 꿈이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영호남 사이를 가로 지르는 섬진강변에 자리한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국항만물류고.

광양 시가지로부터도 20㎞ 넘게 떨어진 이 시골학교 새내기 양사라(17·항만정보시스템과 ) 양의 당찬 포부 앞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무얼까?

●'학교-지자체-동문' 협조로 첨단학교로 탈바꿈

1953년 처음 광양동고교로 문을 연 이 학교는 1973년 실업계와 인문계(보통과)가 공존하는 진상종합고로 교명을 바꿨다가 지난해 항만물류과 신설 및 특성화고교 지정에 이어 올 3월 교명을 한국항만물류고로 변경했다.

학년 당 5개 학급규모로 한때 광양에서 가장 학생수가 많았던 이 학교도 십수 년 전부터 농촌인구 감소에 실업계고 기피 현상까지 겹쳐 폐교위기를 맞았다.

이 위기를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6200여 명에 이르는 이 학교 동문들.

이때 앞장 선 이가 2004년 당시 진상면장 황학범(49·현 광양시 주택과장) 씨. 이 학교 출신인 그는 광양항 건설 때부터 8년 간 항만행정계장 항만물류과장 등을 지낸 항만분야 전문가로서 고심 끝에 모교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는 "정영기(60) 교장선생님과 머리를 맞댄 끝에 모교를 살리고 동북아 물류중심지의 근간이 될 전문인력도 키우는 묘안으로 항만물류계열 특성화 방안을 짜 냈다"고 한때 주변의 회의적 시각을 정면돌파했던 당시를 되새겼다.

이 학교는 지난해 광양시장과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사장, 광양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대표, 국내 항만물류사 대표 등과 공동으로 기능인력 양성 및 우선 채용 협약을 체결해 졸업생들의 취업 진로를 미리 터 둔 상태.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교직원들의 열성도 대단하다.

국내 유일의 항만물류 관련 특성화고교로서 무엇보다 교과과정 개발업무가 교사들의 몫으로 떨어졌다.

국제통상 물류 항만 운송 등 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인력양성이라는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교과과정 및 교과서 개발에 올해부터 해마다 5000만 원을 투자할 계획.

9억 원 대의 대형크레인 시뮬레이터 도입 예산을 확보했고, 전체 학생의 절반을 넘어설 외지 유학생을 위한 기숙사 신축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교과과정 담당 김상만(47·사회) 교사는 "안정적인 취업과 고소득이 보장되는 항만물류 분야의 개척자로서 교사 학생 모두 다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지자체와 지역기업, 동문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명문 STC그룹과 '상호협력' MOU체결

이 학교는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해운물류대학인인 네델란드 STC대학의 에릭 히트브링크 대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TC대학은 항만물류고에 실습설비의 공동활용, 학생 및 교사 파견 연수, △졸업생 특별입학 허용 등 특별한 혜택을 줄 예정이다.

올 8월 학생 20명과 교사 5명이 현지 연수를 갈 예정이다.

국내 유일의 '해외 유명대-국내 고교' 제휴사례로 꼽히는 이 협력체제는 당장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부터 '기적'을 이뤄냈다. 항만물류과 항만정보시스템과 등 모집정원 120명에 308명이 지원, 전체적으로 2.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

지난 해 만해도 보통과의 경우 최소모집 단위인 10명조차 채우지 못해 학생들을 찾아 나섰던 교직원들로서는 실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면 단위 학교로서 '한국'이라는 교명을 내세웠다가 교육청 등으로부터 "과분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전국 유일'을 내세운 동문들의 뚝심으로 설득에 나서 관철시켰다.

정 교장은 "STC 측이 오히려 우리 측의 협약 이행의지를 확인할 정도로 긴밀한 협력체체를 가동 중"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해양수산부로부터 실험실습시설 예산을 지원받는 등 벌써부터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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