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정운찬 느티나무'가 넓은 무대로 옮겨지게 돼 최근 정 전 총장의 대권 행보와 맞물려 학내외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12일 서울대에 따르면 교내 수목을 관리하는 농업생명과학대는 정 전 총장이 4년 전 농생대 정문 입구에 심은 느티나무를 보다 넓은 곳으로 옮겨 심기로 하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 중이다.
정 전 총장은 총장 재직 시절인 2003년 수원에 있던 농생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겨오자 새로 지은 농생대 건물 정문에 서울대의 교목인 느티나무를 기념 식수 했으며 이 느티나무는 그 동안 `정운찬 느티나무'로 불려 왔다.
그러나 농생대 산하 식물병원은 얼마 전 교내 수목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느티나무의 성장이 매우 더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년에 최고 1m씩 자랄 만큼 놀라운 성장력을 보이는 느티나무가 심은 지 3년이 넘도록 40㎝밖에 자라지 못한 것.
수목을 관리하는 농생대 학술림 관계자들이 가지를 몇 개 잘라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때가 지났는데도 아직 싹조차 트지 않았다.
식물병원은 나무를 심은 식수대(植樹臺)가 너무 좁아 뿌리가 뻗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흙 주위가 대리석으로 둘러싸여 물이 잘 빠지지 않고 건물 그늘에 가려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농생대는 이에 따라 지난 5일 열린 식물병원 연례보고에서 `정운찬 느티나무'를 옮겨 심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두고 교내 일각에서는 최근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전 총장이 결국 학교라는 `작은 화단'을 떠나 대권이라는 `넓은 땅'으로 옮겨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운찬 느티나무'를 검사한 식물병원은 "지금 있는 곳은 거목이 될 나무가 있을자리가 아니다. 여기 있으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정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전했다.
서울대 농생대의 한 교수는 "느티나무는 수많은 가지마다 달린 잎으로 넓은 녹음을 만들어줘 무더위에 지친 백성들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또 목질이 훌륭해 고급 가구 등을 만드는 데 쓰였다. 정 전 총장 역시 지도자로서 `실용성'이라는 최대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옛날부터 긴 수령을 자랑하는 느티나무는 `수호신'으로 여겨져 왔다"며 정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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