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서점에 가듯 금융회사에 가라"

  • 입력 2007년 4월 10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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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영(36·여·경기 파주시 조리읍) 씨는 지난달 만기가 된 딸 아이(9)의 적금(67만 원)을 찾아 중국과 인도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딸과 함께 직접 여러 은행과 증권사에 발품을 판 끝에 '해외 펀드'에 가입한 이유는 이 상품과 딸 아이의 관심분야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딸 아이가 최근 세계사 책을 열심히 읽고 있어 중국, 인도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했다"며 "자기 돈이 투자되는 나라라고 하니까 이 나라를 대하는 눈빛이 달라졌다"고 했다.

'자녀와 서점에 가듯 금융회사에 가라.'

경제교육 전문가라면 누구나 강조하는 조언이다.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자주 서점에 데려가는 것처럼 금융회사에 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제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자주 들락거리면 자연스레 그곳의 기능에 익숙해지고 '경제적 마인드'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도 '경제교육'을 강조한 '자녀대상 금융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금융상품 가입목적부터 구분해야"

자녀를 위해 금융상품 가입을 고려한다면, 가입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경제교육이 목적이라면 가입기간을 짧게 하면서 예 적금과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좋다.

이윤실 우리투자증권 영업기획부 대리는 "자녀 대상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수익률보다 경제교육에 관심이 많다"며 "각 금융상품이 제공하는 경제교육 캠프 같은 내용을 상세히 비교할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학자금 등 장래 필요한 자금마련에 중점을 둔다면 비교적 만기를 길게 유지하면서, 주식형 펀드와 같이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관심을 둬야 한다.

만기가 긴 금융상품에서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複利)효과를 기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 10% 이율의 적금에 월 50만 원을 꼬박꼬박 저축할 경우 3년 뒤엔 원금 1800만 원, 이자는 약 290만 원이다. 하지만 5년뒤엔 원금 3000만 원과 함께 이자는 복리효과로 870만 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은행, 안정적이지만 수익은 거의 없어"

은행은 경제교육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원금이 보장되고 상품 구조가 단순한 저축 상품을 다루고 있어 금융을 이해하고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익률면에선 권할 만한 대상은 아니다.

국민은행의 어린이 대상 금융상품인 '캥거루통장'의 연 이자율은 3.65%다. 불입금을 자동이체하고, 2년 이상 저축하더라도 연 3.95%.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만기 때의 '실질가치'는 원금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내 은행권의 금융상품에선 복리 상품보다는 단리(單利) 상품이 많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캥거루 통장도 단리상품이어서 만기 2년마다 재예치하면 2년 단위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제공하는 '자녀용 금융상품'을 선택할 땐 부가서비스를 꼼꼼하게 비교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펀드, 위험은 크지만 기대 수익률 높아"

펀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경제의 '세계'는 훨씬 넓다.

주요 투자대상인 주식은 기업과 자본시장의 핵심이고 최근엔 펀드의 투자대상이 주식에서 부동산, 원자재 등으로 다양해지고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채권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한국의 대표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부터 가입한 뒤 배당펀드, 기업지배구조펀드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면 경제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기대 수익률도 높다.

수익률로 펀드를 비교할 땐 위험자산 비중과 수익률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주식의 투자비중이 60% 이상인 펀드의 수익률은 당연히 주식 비중 30% 이하 펀드보다 더 높아야 한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자녀용 대상 펀드는 투자 대상이나 운용 철학 등에서 일반 펀드와 크게 차이가 없다. 은행권처럼 '눈높이 운용보고서'를 발간하거나, 금융교육 사이트를 운용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1030(10대에서 30대)', '2040(20대에서 40대)' 등으로 펀드 가입 연령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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