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I는 지난해 9월 전국 고교 2학년생 7766명과 교사 1975명, 학부모 648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고교 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정책 연구’라는 보고서를 2월 말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 조사에서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새 제도 때문에 대학별 고사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이 제도는 사교육비 경감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 대입, 삼중고 가중시켜=본보가 단독 입수한 KEDI 보고서에 따르면 ‘새 대입제도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학생의 57.6%가 부정적이었으며 교사(50.9%)와 학부모(48.4%)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새 내신제도가 학교별 수준차를 확인할 수 없어 활용도가 떨어지느냐’는 질문에 학생 33.4%, 교사 37.9%, 학부모 35.4%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아니다’라는 응답은 학생 24.6%, 교사 19.6%, 학부모 23.2%로 모두 낮았다.
‘새 대입제도가 대학별 고사의 필요성을 증가시켰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교사(52.8%), 학부모(45%), 학생(43.3%)이 많았으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세 집단 모두 15% 이하였다.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대학별 고사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교사(54.3%)와 학부모(44.1%)의 상당수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학생(24%), 학부모(20.3%), 교사(17.4%) 모두 낮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점수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수능과 학교생활기록부의 성적을 2008학년도부터 9등급으로 제공하는 정책이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는 걸 보여 준다.
▽선발 자율권 보장해야=KEDI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새 대입제도의 한 축인 수능 등급제를 도입했지만 학생 부담이 여전한데도 변별력은 줄어 대학이 대학별 고사에 집착할 수 있다”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수능, 학생부, 논술이 3중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대학이 수능, 학생부, 대학별 고사 가운데 어느 하나를 자율적으로 골라 전형 요소로 삼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교육부가 학생부의 반영 비율을 강화하라고 대학에 강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내신 상대평가제(9등급제)는 변별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교 종속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며 “절대평가를 하되 공통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학교별 평가 내용을 공개해 점수 부풀리기를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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