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철강계 블루오션’ 車강판시장 잡아라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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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체들이 자동차강판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현재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철강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 자동차의 특성상 한 차종에는 한 회사가 생산하는 동일한 품질의 강판이 사용된다. 일단 자동차 메이커와 공급계약을 하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요처가 확보되는 셈. 그러나 잠재적 경쟁 상대도 만만치 않다.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철강사들이 자동차강판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신일본제철은 이미 동아시아 지역 시장의 절반을 먹었다.》

○ 포스코, 2년 내 37개 해외 센터 가동

일단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포스코의 시장공략 비법은 크게 2가지다. 자동차 회사의 신차 개발에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참여(EVI)하는 전략과 이들 업체가 원하는 규격의 제품을 적시적소에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해외가공센터 건립(SCM)이다. EVI가 소프트웨어 구축이라면 SCM은 하드웨어를 의미한다.

자동차 회사의 구미에 맞춘 강판을 내놓으려면 이들 업체의 제품 요구 동향을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2001년부터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해 오던 EVI 활동을 지난해 EVI팀을 신설해 확대했다.

철강제품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가공을 했느냐에 따라 제품 성질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EVI팀은 자동차 회사가 강판을 가공하는 데 필요한 성형 해석과 강재의 물성(物性) 정보를 자동차 회사와 주고받으며 신차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게 되는 것.

생산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한 철강가공센터의 역할도 크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해외의 자동차 공장 밀집지역에 철강가공센터를 짓고 있다.

포스코는 2004년 10월 첫 해외 철강가공센터인 포스코SPC(상하이)를 비롯해 이달 초 멕시코에 준공한 포스코MPC까지 모두 15개를 가동 중이다.

포스코는 2009년까지 22개를 추가로 지어 전체 가공능력을 430만 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 동국제강 등 중견 철강사도 잰걸음

중소 철강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생산기지에 동반 진출해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해 오고 있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와 중국 베이징, 슬로바키아 등에서 각각 120만 대의 차량을 만들 수 있는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고 있고 올해 안에 중국과 인도에 추가로 100만 대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 외에도 유니온스틸은 1997년부터 중국 장쑤 성에 진출해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총 150만 t 규모의 철강제품을 생산, 판매해 오고 있다.

선박건조용 후판을 전문 생산하는 동국제강은 브라질에서 해답을 찾았다. 2005년 12월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 주에 브라질, 이탈리아와 합작해 ‘쎄아라스틸’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09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가는 쎄아라스틸에서는 연산 170만 t의 후판용 쇳물을 생산한다. 후판용 쇳물을 직접 만들지 못해 외부에서 조달해 온 한계를 직접 해결한 것.

동국제강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슬래브(후판을 만들기 위해 만든 판 모양의 철강 괴) 중 100만 t가량을 한국으로 들여와 후판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장인환 포스코 상무 “멕시코 철강공장 미주시장 교두보로”▼

“북중미 지역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멕시코에 포스코의 깃발을 꽂겠습니다.”

장인환(사진) 포스코 마케팅부문 냉연판매담당 상무는 “멕시코에는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 GM, 르노닛산 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오토텍, 벤틀러 등 1000여 개의 자동차 부품회사가 밀집해 있다”면서 멕시코 진출의 의미를 설명했다.

포스코는 최근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푸에블라 지역에 15번째 해외 철강가공센터를 준공했다. 포스코가 북중미 지역에 철강 가공센터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2160만 달러를 들여 지은 멕시코 철강재 가공센터는 자동차용 전용강판을 연 17만 t 생산할 계획이다.

장 상무는 “멕시코 공장은 판재류를 자유자재로 가공할 수 있는 최신설비를 갖춰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며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 인근에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강판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공장 준공으로 포스코의 대(對)멕시코 철강 수출도 연간 20만 t에서 40만 t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가공센터와는 별도로 멕시코 동부 연안 알타미라 지역에 연산 40만 t 규모의 자동차 강판 생산 공장(POSCO-MEXICO)도 건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황재옥 현대제철 이사 “작년 세계일류제품 1조3400억 수출”▼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업체 가운데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류상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1953년 전쟁의 폐허 위에서 ‘대한중공업공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국내 최초의 철강회사로 출발했다. 쇳물에서 제품까지 일관제철 설비를 갖추지 못한 약점을 최우수 철강제품 개발로 극복하고 있다.

현대제철 황재옥(사진) 해외영업담당 이사는 “세계 일류상품에 H형강, 선미(船尾)주강품, 무한궤도 등 6개의 품목이 선정돼 국내 철강업체 가운데 최고”라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 5조4800억 원 가운데 24%인 1조3400억 원이 수출”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일류상품은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5위이면서 수출 규모 500만 달러 이상, 세계 시장 점유율 10% 이상인 상품을 대상으로 산업자원부가 2001년부터 매년 지정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H형강은 단면성능이 우수하고 조합과 접합이 쉬워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황 이사는 “최근 지진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내진설계 건축물 및 토목공사가 증가해 H형강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대형 선박의 선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선미주강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40%에 이른다”고 말했다.

▼ 문영일 동국제강 전무 “철광석 寶庫 브라질서 ‘쇳물갈증’ 풀것”▼

“브라질 세아라 주는 풍부한 원료, 지리적 이점, 성장 가능성 삼박자가 맞는 곳입니다.”

브라질 철강공장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문영일(사진) 전무는 동국제강이 브라질로 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브라질은 최고급 철광석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묻혀 있는 지역이다. 미주와 유럽시장이 모두 가까운 데다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문 전무는 “유리한 객관적 여건에 우리의 기술과 경험 그리고 열정을 더하면 브라질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53년간 철강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다. 특히 조선용 후판 사업을 30여 년 지속해 오면서 후판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지금까지 후판용 원자재인 슬래브를 모두 수입해야만 했다. 이번 브라질 진출이 동국제강에는 후판용 쇳물 ‘갈증’을 풀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동국제강의 브라질 진출은 이 지역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문 전무는 “브라질 중앙정부, 세아라 주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이끌 견인차를 찾아왔다”면서 “한국과 브라질 사이에 철강 다리를 잇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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