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해외 주택시장서도 “불어라, 한류 열풍”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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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거문화와 융합… ‘명품 주택’ 동남아 중동 등 잇단 진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이 날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금액은 165억 달러로 1965년 첫 해외 수주 이후 사상 최대였다.

최근에는 토목이나 플랜트뿐만 아니라 해외 주택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국내 주택사업의 수익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중견 건설사들도 앞 다퉈 해외 주택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 시행착오를 딛고

2차 오일쇼크가 끝나 가던 1982년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수도 리야드에서 발주한 4억 달러 규모의 공공주택 사업을 따냈다.

일명 ‘리야드 공공임대주택 프로젝트’로 불린 이 사업은 리야드 신시가지 일대 160여만 평에 빌라 1258개 동(棟)을 짓는 대규모 국책사업.

사업은 의욕적으로 추진됐지만 의외의 복병 때문에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당시까지도 유목생활을 하던 상당수의 사우디 서민들이 하루아침에 생활습관을 바꿔 공공 임대주택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선 현지 주거문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진출한 반도건설은 20여 년 전 대림산업이 얻었던 교훈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반영하고 있다.

이슬람의 일부다처(一夫多妻)제 문화를 감안해 일부 평형을 복층(複層)으로 짓고 방과 방 사이의 간격을 국내보다 늘려 설계한 것. 여러 부인의 방을 독립적으로 배치해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지켜 주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 고급 주택 사업도 활성화

건설업체들은 1999년 분양가 자율화로 국내 아파트가 고급화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주택사업도 고급화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짓고 있는 아파트와 금호건설이 베트남에 건설하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쌍용건설이 지난해부터 싱가포르 해양 휴양지인 센토사 섬에 짓고 있는 ‘오션 프런트’ 아파트는 열대 기후의 특성상 난방시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평당 공사비가 600만 원을 넘는다.

해안에 자리 잡아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열 투과율을 낮춘 특수 유리를 썼고 공기압을 이용한 쓰레기 송출 설비와 가구별 화생방 대피시설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베트남 호찌민 시 한복판에 금호건설이 짓고 있는 31층짜리 3개동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도 마찬가지.

금호건설 관계자는 “건물 외관을 유리와 금속 패널로 이어 붙여 시내 어디에서나 눈에 띄게 했다”며 “호찌민 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해외건설 종가… 올해 33억 달러 수주 목표”▼

현대건설에는 ‘해외 건설의 종가(宗家)’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1965년 해외 진출 후 한국 건설사 전체 수주액의 25%인 총 52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작년 3월 취임한 이종수(사진) 현대건설 사장도 이런 전통을 계승하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해 해외에서 24억3800만 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내며 제2의 중동 특수(特需)를 이끌었다.

특히 작년 8월엔 한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카타르에서 7억8000만 달러짜리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주목을 받았다. 이 사장은 “올해는 33억2500만 달러 수주가 목표”라며 “이미 이란과 카타르에서 대규모 공사 수주가 예정돼 있고 카자흐스탄 등 신흥 산유국에서도 신규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김병호 쌍용건설 사장 “中-印-동남아 고급 건축시장 적극 공략”▼

“쌍용건설을 알려면 먼저 해외 고급 호텔부터 둘러보라.”

김병호(사진) 쌍용건설 사장은 해외 고급 건축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의 상징인 래플스시티 복합건물, 미국 애너하임 메리엇호텔, 두바이 에미리트타워호텔 등이 모두 쌍용건설의 작품이다. 세계적 건설전문지 ENR가 집계한 해외 고급 건축 시공 실적에서도 한국 업체 중 1위다.

쌍용건설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인도를 중심으로 고급 건축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의 개발사업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인정받은 기술을 앞세워 해외 플랜트나 토목 사업도 적극적으로 따내겠다”고 말했다.

▼ 이연구 금호건설 사장 “하노이 신도시 개발 등 해외 진출 박차”▼

이연구(사진) 금호건설 사장에게 2006년은 22년간의 회한(悔恨)을 푼 한 해였다.

금호건설이 1984년 사우디아라비아 부레이야 지역 공사를 끝으로 해외 사업을 완전히 접었을 때 이 사장은 인근 주베이 지방의 현장소장이었다. 그 후 22년. 금호건설은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 시에 지상 31층짜리 주상복합건물(아시아나 플라자) 3개동(棟)을 착공하면서 해외 건설 재진출을 선언했다.

이 사장은 “아시아나 플라자는 금호건설은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에도 뜻 깊은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사를 교두보로 삼아 하노이 신도시 개발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이 사장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 “해외사업 확대 세계적 건설사 도약”▼

“중동의 한화를 지켜봐 달라.”

김현중(사진) 한화건설 사장은 그룹 내에서 알아주는 ‘해외통’이다.

한국 건설사들이 ‘그림의 떡’으로 여겼던 미국(시카고)에 진출해 고급 아파트를 지었는가 하면 알제리 등 아프리카의 부동산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한화건설을 자재 구매에서 설계, 건설까지 일괄 수행하는 세계적인 건설사로 키운다는 목표로 해외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개발사업을 발굴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중동의 거점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현지법인을 활용해 화공과 발전(發電) 플랜트 부문에서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 고동현 동일하이빌 사장 “美-加에 교포 대상 한국형 아파트 수출”▼

중견 주택업체인 동일토건과 동일하이빌은 시장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경기 용인시에 실내 수영장이 딸린 아파트를 지어 재미를 보더니 부동산 시장이 냉각 기미를 보인 2005년엔 카자흐스탄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아파트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소규모 리모델링 사업을 검토 중. 캐나다 호주 미국 시장 입성도 준비하고 있다.

고동현(사진) 동일하이빌 사장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을 때 북미에 유입된 홍콩 자금을 타깃으로 일본 건설사들이 사업을 벌여 큰 수익을 낸 점에 착안해 현지 교포와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형 아파트를 지어 파는 ‘주택 수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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