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도강하는 교수님들

  • 입력 2007년 3월 16일 0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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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백발의 노교수가 제자한테 강의를 듣는 일이 흔한데요.”

14일 오후 2시 반 대전 동구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강의실.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장혜진(36·여) 겸임교수의 와인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강의실 한쪽에서 40, 50대 남녀 4명이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만학도가 아닌 이 대학 영어학과장 염문실(52·여), 국제협력처장인 이달영(52), 국제통상학과 유순흥(40), 외식조리학과 강태안(36·여) 교수.

한 교수 학생이 “한국 음식에 맞는 와인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장 교수는 “양념과 향이 강한 편이어서 시라(포도 품종) 와인이 좋다”고 응답했다.

교수 경력 12∼25년이나 된 이들이 어린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것은 최근 와인을 즐기는 사회 분위기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유 교수는 “외국 손님을 초청할 때 와인 선택법, 주법을 잘 몰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다”며 “궁금했던 부분이라 강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강의 경력 7년차인 장 교수도 선배 교수들이 수업을 듣자 긴장된 모습이다.

그는 “아무래도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와인을 테스트하는 별도의 잔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와인 강의 이외에 월요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외식조리학과 대학원생과 함께 통계학을 듣기도 한다.

올해 말까지 학술지에 발표할 논문 준비에 필요해서다. 그는 “별도 수강료를 낼 처지는 안 돼 학생들 단합대회 때 금일봉을 낼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른바 정치교수로 불리는 ‘폴리페서’가 도마에 올라 있지만 우송대 교수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어학센터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배우려는 교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와인 강의를 주선한 외식조리학과 정혜정(42) 교수는 “대학에는 서로 다른 전문지식 집단이 모여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며 “나도 후배 교수한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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