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강의시간 학생이 하품 한다면? 영남대 “교수님들 탓”

  • 입력 2007년 3월 14일 0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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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실에서 하품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무조건 학생들의 수업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혹시 교수의 강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남대가 이 같은 문제를 다룬 60쪽짜리 책자 ‘교수력 증진을 위한 스물아홉가지 핵심 전략’을 13일 펴내 전임교수 650여 명에게 나눠줬다.》

이 책자의 서문에는 ‘대학 교육을 활성화하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교수들의 능력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적혀 있다.

강의실 수업이 ‘교수 따로, 학생 따로’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이 특정 강의를 싫어하거나 늘 강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학생들은 △목소리가 작거나 칠판에 쓰는 글씨가 작고 △교수 혼자서만 강의하고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인지 정리가 안 되는 수업을 싫어했다.

또 △수업이 지루하면서 별로 얻는 것도 없을 때 △쉬운 내용을 자주 반복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느리게 할 때 △교수가 학생을 무시한다고 느낄 때 ‘혼자 열심히 하세요’라며 시선을 돌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성격이나 유형이 제각각이어서 효과적인 강의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교수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좋은 수업을 위한 전략들을 보면 상식적인 내용이 많다. 학생들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정확하게 발음하면서 쉽게 설명하는 것, 시각적 교육기자재를 적극 활용하는 것 등이 그 전략이다.

학생들은 시각을 통해 약 83%를 학습하는 데 비해 청각, 즉 목소리만으로는 강의 내용의 11% 정도만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워포인트나 비디오, 슬라이드 같은 매체를 수업에 적극 활용하라는 얘기다.

또 움직이지 않은 채 수업을 하는 방식도 ‘퇴출 대상’으로 꼽혔다.

목소리의 높낮이와 속도, 얼굴 표정, 제스처 등을 적절히 섞어 학생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단호하고 명쾌한 제스처로 중요한 개념을 큰 목소리로 전달할 때 학생들의 졸리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수 있다는 것.

한편 경북대도 교수학습센터를 중심으로 교수들의 강의 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해부터 효과적인 강의를 위한 세미나를 9차례 여는 한편 수업을 들은 학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13차례 실시했다.

또 학생을 대상으로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을 열어 교수들이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책자를 만든 영남대 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 조계현(47·신소재공학부 교수) 센터장은 “교수라면 누구나 생각할 만한 측면을 담았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먼저 자신의 강의를 비디오로 녹화한 뒤 무엇이 문제인지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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