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건희 회장 “생활가전 개도국으로 넘겨야…”

  • 입력 2007년 3월 13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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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생활가전 부문의 해외 이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삼성전자 가전제품 공장이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광주가 술렁이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로 2004년 수원 등의 생활가전 부문공장을 한데 모아 가동 중인 삼성광주전자㈜와 그 협력회사의 매출규모는 줄잡아 이 지역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 가전부문, 광주에서 철수?=이 회장은 9일 ‘투명사회협약 대국민보고회’ 행사직후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이 어려운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에서는 할 만한 업종이 아니다. 내수는 하겠지만 수출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개도국으로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본보 3월 10일자 1면 보도

생활가전 부문 해외이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삼성광주전자와 그 협력사는 물론 광주시와 지역 경제계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광주전자 채동석(삼성그룹 호남지역본부장 겸임) 부사장은 12일 오전 박광태 광주시장을 방문해 “이 회장의 발언은 지역사업장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광주공장을 철수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남공단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생활가전 해외이전 문제는 2004년 수원에서 광주로 공장이 옮겨올 때부터 우려됐던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닥쳐올 변수라는 것이 대부분 협력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 회장 발언 이후 삼성 측에 진의를 확인하면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삼성에 확인한 결과 광주공장은 이미 프리미엄 가전제품 등 고부가가치 생활가전 제품으로 전환해 생산할 것을 검토해 왔다”며 “광주공장의 수출물량 및 매출액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철수할 경우 광주지역 경제 ‘흔들’=삼성광주전자는 광주에 83개의 협력사가 있으며 지난해 고용인원 4500명에 매출 3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지방세와 법인세로 각각 28억 원과 110억 원을 납부하는 등 줄잡아 광주 지역경제의 20%에 이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광주전자는 1989년 12월 광주전자㈜로 처음 설립돼 자동판매기 청소기 냉장고 김치냉장고를 생산해 왔으나 1997년 수원공장의 컴프레서 생산라인이 옮겨오고 1999년 상호를 삼성광주전자로 바꿨다.

2004년 7월과 9월에는 수원공장의 세탁기와 에어컨 생산라인이 80여 개 협력사와 함께 옮겨오면서 국내 최대규모의 생활가전 생산기지가 됐다.

삼성 측은 연간 2000억 원대의 적자가 수년째 누적되면서 지난해 말 맥킨지컨설팅 등을 통해 생활가전 부문 전반을 점검하는 등 새로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광주공장은 2004년 생산라인 이전 때부터 내수부문과 해외 프리미엄 제품 생산기지로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라며 “생산체제와 매출규모는 그대로 유지될 것인 만큼 이 회장의 발언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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