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삶이 바뀝니다]유산 사회환원 ‘아름다운 이별학교’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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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정동 배재정동빌딩 학술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아름다운 이별학교’에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아름다운재단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정동 배재정동빌딩 학술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아름다운 이별학교’에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아름다운재단
정보통신 분야의 보안장비 업체를 운영하는 김대철(51) 씨는 주말마다 사용 가능한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작은 돈이나마 매달 꼬박꼬박 대한성공회 ‘나눔의 집’을 통해 소개받은 조손가정에 보낸다.

최근 김 씨에게는 새로운 화두가 생겼다. ‘유산 나눔’에 대한 것이다.

계기가 된 것은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11월 13일부터 4주 동안 참여한 ‘아름다운 이별학교’. 죽음을 생각하며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남길 유산도 많지 않고, 죽은 후의 일들로 살아서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별학교’라는 강의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됐을 때 무엇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지 떠오르지가 않더라고요. 앞만 보고 달려온 삶, 주위도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강의에 나갔습니다.”

‘이별학교’에는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살아온 시간이 각기 다른 30명이 모여들었다. 수업은 인생을 정리하는 심적, 법적 절차를 직접 실행해 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1주차 ‘인생수업’에서는 기쁘거나 때로는 슬펐던 삶의 궤적을 그림으로 그려 보았고, 2주차 ‘이별수업’에서는 죽음을 생각하며 평소에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미안함을 편지에 담아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냈다.

3주차 ‘나눔수업’ 때는 사망보험금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30대 주부의 사연 등을 통해 유산 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한 이들을 알게 됐고, 4주차 ‘유언수업’에서는 현직 회계사와 변호사를 초청해 사망에 따른 법적인 절차를 배우고 유언장을 써 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씨는 “‘이별학교’를 마치고 나니 ‘아무리 성공적인 삶을 살았더라도 내 시신 앞에서 유산 다툼이 일어난다면 불행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이나 친지들과 아름답게 죽음을 맞는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3남 1녀 가운데 차남인 그는 여든이 넘은 노부모께도 조심스레 “유언장을 작성하시라”고 제안했다. 형제자매에게도 “부모님께서 얼마라도 남겨 주시면 무조건 5분의 1씩만 갖고 남는 5분의 1은 사회에 환원하자”고 제안했다.

‘이별학교’는 법련사 전 주지 오경(47) 스님이 법련사 절의 살림살이를 아껴 2003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 8000만 원을 종자돈으로 출발했다. 오경 스님이 기금을 우리 사회의 유산 나눔 문화를 이뤄 나갈 수 있는 교육·연구 활동에 써 달라고 부탁했던 것.

오경 스님은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염불을 드리러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 자식들이 유산 분배로 다투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며 “생전에 자식 때문에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유산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자식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유산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유산 1% 나눔’ 캠페인을 시작으로 2005년 9월에는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 금융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유언컨설팅위원회를 구성해 유언 상담을 시작했다.

재단의 이경현 팀장은 “지난달에도 상당한 자산가인 70대 할머니가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해 5개 단체에 재산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혀와 유언장을 작성하고 법적인 공증 과정을 거치는 등의 유산나눔 과정을 도왔다”고 밝혔다.

올해는 4월 5일부터 4주 동안 이별학교 2기를 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5차례의 이별학교가 열린다. 강좌 참여 문의 02-766-1004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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