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으론 高利 폐해 못막아” 대법, 약자 보호에 무게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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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가 15일 “사회 통념상 허용 한도를 넘는 과도한 이자 약정이 무효일 뿐 아니라 이미 지급한 이자도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현행법으로는 고리대금의 폐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이번 판결로 과거 부당하게 지급했던 ‘과도한’ 이자에 대한 반환 청구 소송이 잇따르고 이자제한법 부활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만에 3배로=대부업체 이사인 오모(45) 씨는 2001년 2월 심모(66) 씨에게 15일에 10%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선이자와 수수료를 떼고 1000만 원을 건넸다. 심 씨의 아내 손모(59) 씨가 연대보증을 했다. 얼마 후 오 씨는 다시 심 씨 부부에게 이자와 수수료를 떼고 300만 원을 빌려 주었다.

심 씨 부부가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자 오 씨는 한 달 후 “원금과 이자를 합쳐 48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당초 1심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2002년 제정된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연 66%를 넘는 이자는 무효”라면서도 “이미 지급한 이자에 대해선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율의 이자 약정이 모두 무효는 아니지만 당사자 간 경제력 차이로 인해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넘는 고율의 이자 약정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자제한법 부활하나=이자제한법(최고이자율 연 25%)이 시행되고 있던 1988년 9월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이율의 일부가 사회 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일부 무효가 된다 해도 당초 약정이율에 따른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지급한 이자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금리를 자유화하면서 1998년 1월 이자제한법이 폐지됐다. 이후 고리대금업이 성행하면서 연이율이 300∼400%에 이르고, 이자 독촉 과정에서 폭력이 동원되는 등 서민들의 피해가 커졌다.

이자제한법 부활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와 국회는 2002년 ‘대부업법’을 제정해 연 66%를 넘는 이자 약정은 무효로 규정했다. 연 66%를 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지만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범위는 제한돼 있고, 법 자체도 내년 말까지만 시행되는 한시법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자제한법 부활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과거 부당하게 지급한 한도를 넘은 이자에 대해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소송을 낸다고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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