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소유의 종말’과 부동산 불패 신화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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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는 튤립에 열광했다. 투기 열풍이 불었고, 튤립 한 뿌리의 값이 암스테르담 시내 집 한 채와 맞먹기까지 했다. 그러나 가격이 꼭짓점에 다다르자 열기는 금세 가라앉았다. 튤립 값은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네덜란드 경제는 좀처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한참이다. 버블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마침내 잡히는 기미가 보인단다.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걱정도 된다. 가미카제식으로 부동산에 매달리던 일본도 버블이 꺼진 후 10년 동안 경제 불황에 시달리지 않았던가.

사실, 부동산은 시대에 뒤떨어진 투자처다.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란 이미 낡은 개념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제 부(富)는 소유가 아니라 ‘접속(access)’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보자. 휴대전화 장사는 어디서 돈을 벌까? 휴대전화 기기 자체는 거저 주다시피 팔고, 통화료에서 이익을 건진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차를 샀지만, 이제는 리스(lease)해서 쓰는 쪽이다. 직원도 아웃소싱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쓴다. 소유에서 이용 쪽으로 가치가 옮겨 간다는 뜻이다.

부동산은 어떨까? 전통적인 지리 이론에 따르면, 땅값은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비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정보의 생산, 가공, 유통에 매달리는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정보화 사회에서 중심지란 별 의미가 없다. 전화 안내만 잘한다면 상담원이 인도에 있건, 미국에 있건 상관이 없지 않은가! 정보사회의 생산품은 컴퓨터 프로그램같이 무게도, 부피도 없다. 꼭 필요한 생산기지도 후진국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루배송’이 일반화된 마당에, 쇼핑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중심지에 살아야 한다는 논리도 약하다.

부동산도 결국 ‘소유’에서 ‘이용’으로 옮겨 가지 않을까? 땅에 집착할 이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땅에 목숨 걸며 살았던 인류의 기억은 욕심을 좀처럼 접지 못하게 한다.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실제보다 더 소중해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환상에 한번 금이 가면, 사람들은 금세 현실로 돌아온다. 튤립에 대한 환상은 수십 년 만에야 무너졌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추락하는 중이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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