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자기 글에 스스로 비판적 독자가 돼보자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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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황중환 기자
일러스트 황중환 기자
우수 답안 정복하기 (4)

글의 완성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앞서 보았듯이 창의적 문제 해결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우수 답안이 되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논의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우수 답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이든 완성도를 높이면 좋은 평가를 받기 마련인데, 논술 답안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답안의 완성도가 높아질까요? 해야 할 논의를 빠짐없이 다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허리가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야 할지, 한의원에 가야 할지 몰라서 저에게 자문을 했다고 합시다. 이때 일단은 병원과 한의원 중 어느 쪽이 더 치료에 적절할지 꼭 알려 주어야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이것이 질문의 초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병원이나 한의원 중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고 답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까요? 아니겠지요. 질문자는 치료를 받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다음은 어느 병원 혹은 한의원을 가야 할지 걱정할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병원과 한의원 중 어느 쪽이 더 적절한지만 답하지 말고 거기에 덧붙여 어느 병원, 혹은 어느 한의원이 좋은지까지 알려주면 더 완벽한 답이 되겠지요.

논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처럼 수행해야 할 작업을 다 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한 가지를 봅시다. 논술은 문제 해결을 겨냥하는 글쓰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이 초점이 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해결책의 도입 여부를 놓고 엇갈린 의견을 조정하기 위해 찬반 논의를 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어떤 해결책의 도입을 찬성할 경우, 가능한 해결책들을 검토하면서 왜 그 해결책이 가장 적절한지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도입에 반대할 경우에는 왜 그 해결책을 도입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 근거를 들어 설득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 되어야 합니다.

논의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다음과 같은 작업도 추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어떤 해결책의 도입을 찬성할 경우, 그로 인해 빚어질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글의 완성도가 더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에 체벌을 도입할 것인지 논의한다고 합시다. 체벌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 설 경우 본론에서 왜 체벌을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체벌을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엄격한 사랑의 매로서의 체벌만이 아닌,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체벌이 가해질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학생들에게는 폭력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작용이나 역작용을 어떻게 하면 약화시키거나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보충된다면 글의 완성도는 더 높아집니다. 부작용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전혀 무시한 채 체벌 도입만 주장한다면 아무리 내용이 충실해도 우수 답안으로 평가받기에는 5% 부족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어떤 해결책의 도입을 반대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건 대안을 제시해야 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체벌 도입을 반대한다고 해서 체벌 도입을 고려하게 만든 원래의 문제 상황이 저절로 해결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에만 그친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수록 좋지만 힘들 경우 대안의 방향이라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체벌의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어떤 제도가 있는지 보여 주어야 하겠지요. 예를 들어 벌점제의 도입을 제안하면서 이것이 어떻게 원래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일반화시키면 논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방 처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로 정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체벌 도입을 찬성할 경우 결국 나와는 의견이 다른 상대는 체벌을 도입할 경우 생길 문제점을 들어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셈이 됩니다. 또 체벌 도입을 반대할 경우 상대방은 원래의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당연히 던질 것이기 때문에, 대안을 제안하면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하게 됩니다. 결국 논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 주장에만 빠져 있지 말고 상대방도 충분히 고려하라는 원칙을 중시해야 합니다.

결국 상대의 주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글을 비판적 독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내 글을 우호적으로 변호만 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 독자의 관점에 서서 어떤 반론이 제기될 수 있으며 어떤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논술에서는 기본적으로 반성적 글쓰기가 중요합니다. 이런 능력은 다른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 훈련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습니다. 전에도 읽기를 여러 번 강조하였는데,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따져 읽는 능력은 결국 읽기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바로 자기 글의 완성도를 높일 때에도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결국 좋은 독자가 되는 것이 바로 좋은 필자가 되는 것과 직결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게 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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