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보육비 지원…비현실적 소득 계산법에 항의 빗발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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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원짜리 중고차를 모는 내가 5000만 원이 넘는 외제차를 모는 이웃보다 부자입니까. 동사무소 직원도 이상하다고 합니다.”

두 딸(3세, 5세)을 둔 정길호(가명·36) 씨는 연립주택 전세금 1억500만 원과 3년 전에 산 중고 쏘렌토 차량이 재산의 전부다. 사진사인 정 씨의 월수입은 졸업 철이나 입학 철엔 200만 원이 넘기도 하지만 보통 150만 원 정도다.

정 씨는 올해부터 유아보육비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동사무소를 찾았지만 “배기량 2000cc가 넘는 자동차가 있으면 지원 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30평형대의 아파트에 살며 1800cc 수입차를 모는 사람은 지난해 두 아이의 보육료를 지원받았다”며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의 유아교육비와 보육료 지원 대상을 월소득인정액 369만 원 이하의 가정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한 뒤 소득인정액 산출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서민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월소득인정액은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과 실제 소득을 더한 것. 소득환산액은 ‘[(일반재산―기초공제액―부채액)×4.17%+(금융재산×6.26%)+차량 보험가액×100%]÷3’이란 다소 복잡한 공식으로 산정된다.

서민의 항의는 주로 자동차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차량이 2000cc 이하면 일반 재산으로 간주하지만 2000cc 이상이면 차량 보험가액의 3분의 1이 소득인정액이 되기 때문이다.

정 씨의 차는 중고지만 2000cc 이상이어서 차량만으로 월소득이 300만 원인 것으로 인정된다. 이웃은 5000만 원짜리 외제차일지라도 2000cc 이하여서 일반 재산에 포함돼 차량분 월소득인정액은 69만5000원에 불과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동사무소 관계자는 1일 “문의 전화가 하루 10건 이상 되고 방문객도 4, 5명이나 되는데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다”면서 “자동차 때문에 지원을 못 받아 항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육아 부담 또는 부모 부양 등의 목적으로 부모와 한집에 살 경우 부모와 합쳐 소득을 계산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린 손모 씨는 “8세, 5세 쌍둥이 등 세 아이가 있지만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정부가 이러고도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보건복지부 및 여성가족부가 정한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과 저소득층 기준에 따르고 있는 만큼 부처 협의를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지형철(고려대 사회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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