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소송 해외사례…미국, 흡연자 간혹 승소

  • 입력 2007년 1월 25일 15시 15분


코멘트
흡연이 폐암 발병의 원인인지 여부를 둘러싼 흡연자와 담배 회사간 법정 공방은 1950년대 미국에서 첫 소송이 제기된 이래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계속돼 왔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담배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경우가 간혹 있었던 반면,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 국가에선 흡연자의 책임에 무게를 두고 담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절대적 수치에서는 소송을 낸 흡연자의 패소 비율이 월등히 높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에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종종 나왔으며 이에 따른 흡연자들의 추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 미국, 흡연자 간혹 승소

미국에선 수십 년간 담배를 피우다 폐암으로 사망한 흡연자의 유족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례 마다 법원의 판단이 다르지만 법원이 흡연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도 있어서 이번 소송을 이끈 우리나라 흡연자 측 변호인도 이같은 추세에 기대를 걸었었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40년간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우다 폐암에 걸린 리처드 보켄에게 50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적이 있고 이보다 앞선 1999년 2월 샌프란시스코주 법원은 필립 모리스에 대해 흡연 피해자에게 515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1999년 3월엔 오리건주 법원이 같은 회사에 7950만 달러의 손배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필립 모리스의 요청에 따라 현재 배상 액수가 적절한지를 놓고 미 연방 대법원의 재심이 진행 중이다.

선고가 나기 전 재판부가 중재해 양측이 합의한 경우도 많다. 1998년 미국 46개 주정부가 "흡연으로 관할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져 복지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며 주요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5년에 걸쳐 2460억 달러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담배 소송이라 해도 소송을 내는 원인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 기준도 달라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10만 명의 흡연자들이 "'라이트', '저타르' 등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담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순한 담배라는 이미지를 줬어도 담배가 유해하다는 사실도 함께 알렸으므로 담배 회사가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결 요지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 청구 원인이었다.

◇ 일본·프랑스 '흡연자 책임'

일본 최고재판소는 작년 2월 폐암 환자 6명이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일본담배회사(JT)와 국가를 상대로 낸 6000만 엔의 손배소 상고심에서 담배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당시 원심 재판부는 △흡연이 폐암 등을 일으킬 중대한 위험이 있으며 유해하다는 사실은 사회적 상식이지만 기호품으로 정착했고 △중독성이 술보다 훨씬 약해 본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금연할 수 있어 담배 제조·판매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고법원도 2003년 11월 수십 년간 하루 담배 2갑을 피우다 폐암에 걸려 숨진 리샤르 구르랭 씨 유족이 담배 회사 알타디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독일에서도 2003년 흡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으나 아른스베르크 지방법원은 "모든 사람이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담배의 중독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원고의 건강 악화가 흡연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기각한 적이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