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명예회복…‘유신정권비판’교수재임용탈락 차종환씨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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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의 정책을 비판하는 논문을 쓰고 당시 중고교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했던 한 전직 대학교수가 30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1958년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차종환(72·사진) 씨는 1966년 동국대 농림대 시간강사로 채용돼 전임강사를 거쳐 1973년 부교수로 임용됐다.

차 씨는 2년간 휴직하기로 하고 1975년 1월 유학길에 올라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던 1976년 3월 학교 측으로부터 재임용 탈락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당시 차 씨는 시간강사로 임용된 후 10년간 전공분야에서 22권의 저서를 내고 26편의 논문을 발표해 동료 교수들로부터 인정받는 학자였다.

연구실적은 당시 문교부가 정한 ‘대학교원 임용에 대한 연구실적 심사기준’을 채우고도 남았다.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고 여긴 차 씨는 1976년 8월 학교에 복직원을 냈으나 거부당했다. 차 씨가 유신정권의 경제개발정책을 비판하는 환경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쓰고, 중고교 생물 교과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차 씨가 중고교 교과서 오류를 지적한 일은 신문에도 보도돼 당시 문교부 측이 이 대학 총장에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고, 이 때문에 차 씨는 총장에게 불려가 꾸중을 들은 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차 씨는 2005년 7월 ‘대학교원 기간 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자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특위는 “차 씨가 정권의 미움을 사 부당하게 재임용이 거부됐다”며 차 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학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의환)는 22일 “연구실적 등을 볼 때 차 씨는 매우 성실하게 연구하는 학자였고 학생 교육과 지도에도 성실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학교 측이 정당한 기준으로 심사했다면 차 씨는 재임용에서 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학교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본보는 차 씨의 변호인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차 씨와의 전화 접촉을 시도했으나 차 씨는 “언론 인터뷰를 원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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