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신발공장 다시 떴다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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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 신발공장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18일 성수동에 있는 신발 제조업체 ‘코박스’의 여성 수제화 공장에서 디자이너들이 생산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신발공장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18일 성수동에 있는 신발 제조업체 ‘코박스’의 여성 수제화 공장에서 디자이너들이 생산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신발 제조업체 ‘코박스’ 공장.

디자인 개발실, 재단실 등으로 이뤄진 200평 규모의 공장 안은 가죽을 마름질하고 재봉하는 직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 공장은 10년 넘게 동대문시장에서 파는 ‘동대문표’ 구두를 만들던 곳. 하지만 값싼 중국산 신발이 동대문시장을 점점 장악하면서 매장을 철수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2년 전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인터넷 쇼핑몰에 맞춤형 수제화(手製靴) 브랜드 ‘인타임’을 내놓으면서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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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명의 직원은 매일 350켤레가 넘는 구두를 만드느라 오전 6시에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 퇴근하고 있다.

○ 누가 사양산업이라 했나

성수동은 한때 500곳 이상의 신발공장이 밀집해 서울의 신발 생산 메카로 불리던 곳.

하지만 제화업체들이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중국의 값싼 신발이 ‘시장표’ 신발 시장을 휩쓸면서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남은 공장도 일부 대형 제화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데가 50여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부 공장이 온라인 시장이라는 새로운 유통 경로를 찾고 질 좋은 수제화 시장을 개척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공장도 침체기에 비해 2배인 100곳 정도로 늘었다.

중국산 저가 신발에 밀리고 신발 시장 침체로 문을 닫는 대신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온라인 브랜드와 손잡으면서 하나둘 재기하고 있는 것.

코박스의 이성범 이사는 “신발산업이 사양산업이라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장인의 힘이 틈새시장을 노리다

성수동 공장들의 수제화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백화점의 고급 기성화와 저가 동대문 구두의 틈새시장을 노렸기 때문. 10만 원대로 백화점 구두보다 가격은 낮지만 그에 못지않은 세련된 디자인에 품질 좋은 제품을 내놓았다.

수제화 브랜드 ‘맥컬린’의 이수 기획실장은 “전문 디자이너를 뽑아 컬러리스트, 일러스트 등의 전문 교육을 계속 시킬 정도로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또 고객의 취향과 발에 맞춘 신발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기본적인 디자인만 보여 주고 소재나 색상, 굽 높이 등은 고객이 주문하는 대로 만들고 있는 것. 215mm나 270mm 등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는 여성화 사이즈도 내놨다.

인타임의 이대룡 사장은 “우리 공장에는 디자이너부터 굽을 다는 직원까지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만 모였다”며 “성수동 신발공장의 힘은 수십 년 동안 신발만 만들어 온 장인들에게서 나온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유진(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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