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출산 금기가 저출산 심화시켜”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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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학과 권태환 명예교수가 한국학술협의회에서 발간한 학술지 ‘지식의 지평’ 창간호에 기고한 ‘한국 인구 문제의 이해’에서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1970년 이후 서구에서 혼외 출산이 용인되고 보편화됐으며 유럽에서는 출산 수준이 높은 나라는 모두가 혼외 또는 미혼 출산 수준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

권 교수는 1960∼2000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15∼49세의 가임기간에 출산하는 자녀수)을 여성 전체와 유배우자 여성(미혼 및 이혼자를 제외한 혼인 여성)의 출산율로 구분해 조사한 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960∼1985년 전체 출산율과 유배우자 출산율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다가 1985년을 기점으로 전체 출산율(1985년 약 2.2명, 2000년 약 1.5명)은 꾸준히 떨어졌지만 유배우자 출산율(1985년 약 3.3명, 2000년 약 3.8명)은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산이 배우자가 있는 혼인 내에서 주로 일어났으며 현재 저출산이 혼외 출산 저하에서 비롯됐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혼인 여성의 감소가 현재 인구 위기의 원인임을 뜻하기도 한다는 게 권 교수 주장.

권 교수는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가 주로 양육과 교육의 부담에 있다는 판단에 근거해 육아 및 경제활동 지원, 자녀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는 정부의 문제의식이 매우 지엽적임을 드러내는 데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저출산, 만혼과 독신주의, 다른 민족 간 혼인, 남녀평등 이념은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공존이 어렵다”며 “가족을 운명이 아니라 선택으로 본다면 미혼자의 출산에 의한 가족 형성도 자연스러운 선택의 하나가 될 것이며 이는 출산력 상승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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