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180~200명… 700여명 ‘생존의 정글’로

  • 입력 2007년 1월 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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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예비 법조인 A 씨는 요즘 ‘취업 고민’에 빠져 있다.

A 씨는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법률시장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공공기관이나 기업 쪽에 취업할 생각이다. 하지만 낯선 분위기가 마음에 걸린다. A 씨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변호사를 ‘제 식구’로 받아줄지 모르겠다”며 “변호사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아 10년, 2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법연수원 36기 예비 법조인들의 취업 시즌이 개막됐다. 사법연수원 홈페이지에는 로펌과 공공기관, 기업, 사회단체 등의 구인 공고가 줄을 잇고 있다. 이달 10, 11일에는 판검사를 지망한 수료생들의 면접시험이 진행된다.

이번에 수료하는 인원은 모두 975명. 이 중 판검사로 임용되는 인원은 180∼200명이다. 나머지 700여 명은 치열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다양화되는 사법연수생 진로=예전에는 2년간 연수원을 수료하면 판검사로 임용되거나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명 선으로 늘어나고 법률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공공기관 및 기업 등에 곧바로 취업하는 수료생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대한항공, LG텔레콤, 한화그룹, SK텔레콤 등 20여 개 회사에서 예비 법조인을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재정경제부와 노동부, 국가정보원, 헌법재판소 등 10여 곳에서 공개 채용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한센인권변호인단 등 종교·사회단체에서도 연수원 수료생을 모집하고 있다.

9년 전인 1998년 315명을 배출한 27기만해도 3분의 1이 넘는 115명이 판검사로 임용됐고 공공기관에는 불과 2명만이 취업했다. 기업으로 곧바로 취업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료한 35기 895명 중에는 공공기관에 68명, 기업에 47명, 사회단체에 12명이 취업했다. 반면에 판검사로 임용된 사람은 181명으로 5분의 1에 불과했다.

일부 연수생은 보수 등 조건을 따지지 않고 자기가 일하고 싶어 하는 분야로 진출한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노동·시민단체에 자문변호사로 취업하거나 국제기구·외국 로펌에 들어가려고 해외에서 인턴 과정을 밟는 연수생도 있을 만큼 생각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취업 양극화 현상 뚜렷=최근에는 판검사 못지않게 높은 보수가 보장되는 대형 로펌의 인기가 높아졌다. 지난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한 변호사는 “연수원 수료 성적 100등 안에서 대략 60명은 판사, 20명은 검사, 20명은 대형 로펌으로 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재경부 및 금융감독원 등 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공공기관이나 변호사를 우대하는 일부 대기업을 선호하는 연수생도 적지 않다.

성적이 우수한 연수생은 수료 전에 대형 로펌에 스카우트되기도 하고 일부 연수생은 여러 곳에 합격한 뒤 여유 있게 직장을 결정한다. 반면에 연수원 수료 뒤 몇 달이 지나도록 취업을 못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눈높이가 맞지 않은 이유가 대부분이다.

2004년 연수원을 수료한 한 검사는 “요즘엔 지방 근무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판검사를 기피한다”며 “지방은 물론 경기지역의 소규모 법무법인도 지원자가 없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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