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 제자 논문표절 논란

  • 입력 2006년 12월 26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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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취임한 이필상 고려대 신임 총장이 제자의 논문과 비슷한 논문을 교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떤 논문이 비슷하나=이 총장이 1988년 교내 학술지에 실은 논문 2편과 2005년 교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한 편의 많은 부분이 당시 학위를 받은 제자들의 논문 내용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장이 1988년 12월 교내 학술지인 '경영논총'에 발표한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연구'는 제자 김모 씨가 같은 해 2월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인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실증적 연구'와 거의 비슷하다.

또 같은 해 12월 교내 학술지인 '경영연구'에 실린 '외채관리에 있어서 통화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도 또 다른 제자 김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 '환위험관리에 있어 외환선물거래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연구'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이 논문은 이 총장 이름으로만 게재됐으나 제자들의 학위 논문과 제목이 흡사하고 문장이나 도표 각주 공식 참고문헌도 상당 부분이 일치하며 일부 문장은 오탈자까지 같다.

이 총장이 2005년 8월 '대한경영학회지'에 실은 '기업집단의 경영구조와 기업성과 및 기업가치의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논문은 이 총장이 제1저자이며 논문 지도학생인 신모 씨 등 2명은 공동저자다. 그러나 이 논문은 신 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제목이 같을 뿐만 아니라 결론과 참고문헌, 접근방법이 모두 비슷했다.

▽"관행이었지만 적절치 못했다"=이 총장은 26일 오후 2시 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문의 아이디어를 내가 직접 구상했기 때문에 당시 부적절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며 "현재 연구윤리 관점에서 보면 적절치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1988년 논문에 대해 "직접 구상한 논문 주제와 기초자료로 학생들을 지도했고 가필과 첨삭과정을 거치며 학생의 논문과 내 논문이 비슷해졌다"고 해명했다.

2005년 논문에 대해서는 "신 씨에게 학술지 게재가 확정됐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출간 이후까지도 내가 제1저자로 등록된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학계 관행으로 볼 때 크게 문제시하는 분위기는 없었지만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투명한 연구윤리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영논총 발표 논문과 유사한 석사학위 논문의 저자 김 씨와 신 씨는 이날 오후 2시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씨는 "당시 교수님이 논문의 주제와 접근방법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고 조언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2005년 5월 학회지에 게재가 확정됐고 이를 논문으로 만들어 그해 8월 졸업했다"며 "학술지 게재를 위한 공동연구를 교수님과 먼저 한 뒤에 이를 수정 보완해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기 때문에 논문 표절의혹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계 반응 엇갈려=H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1988년 당시는 교내 학술지에 실은 논문의 실익은 없었을 것"이라며 "20년 전의 관행을 지금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공동연구라도 발표된 논문을 다시 게재하는 것은 문제"라며 "제자의 논문일 경우 더욱 조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봉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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