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긴급 정시논술 특강<상>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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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논술전문가인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가 올해 정시모집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2차례에 걸쳐 ‘정시 논술 특강’을 진행합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연재해 온 ‘논술 비타민’은 2주간 쉽니다.》

2007 정시 논술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그동안 하던 논의를 잠시 멈추고 당장 눈앞에 닥친 정시 논술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제 실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하니 급한 불부터 끄고 우리 논의를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전 대비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제 지망 대학이 정해지는 상황이니 철저하게 실전에 맞추어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읽기보다는 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논술 시험은 물론 글쓰기 능력만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가, 또 읽은 것을 적용하고 응용할 사고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합니다. 그러나 역시 써서 평가받는 시험이기 때문에 마지막 실전에서는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능력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분량, 시간, 공간의 세 측면에서 철저히 실전 글쓰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첫째, 자기가 지망할 대학에서 요구하는 답안의 분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올해 정시에서는 완결된 한 편의 글을 답으로 요구하는 대학(예를 들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과 짧은 글을 여러 개 쓰게 하는 대학(예를 들면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등)으로 나뉩니다. 따라서 자신이 써야 할 답안의 분량을 확인하여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합니다.

둘째, 고사 시간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제한된 시간에 글을 완성시키는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입 논술은 시간 게임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는 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시간과 관련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자기가 답안을 작성할 그 시간대에 매일 글을 써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사고 활동에 기반한 언어활동이기 때문에, 매일 밤늦게 글을 쓰다가 갑자기 오전에 쓰려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가 시험 칠 그 시간대에 허용된 시간 안에 답안을 작성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셋째, 공간도 중요합니다. 특히 민감한 학생의 경우에는 가까운 대학의 강의실에 가서 한두 번 글을 써 보면서 대학 강의실 분위기에 적응할 필요도 있습니다. 필기구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대학에 따라 연필로 쓰는 것을 허용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은 연필이 아닌 다른 필기도구를 요구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입시 요강을 보거나 대학 입학처에 문의하여 필기도구를 확인하고, 자기가 사용할 필기구를 정한 다음 같은 필기구로 계속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합니다. 특히 연필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교정부호를 써서 고쳐야 하기 때문에, 교정하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하루 한 편 실전감 있게 글을 쓴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글을 교사나 선배 등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줘 평가를 받아 보는 것입니다. 혼자서 계속 글을 쓰고, 스스로 고쳐나가는 것만으로도 논술 실력은 향상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시점에는 가능하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평가를 받아서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친구들끼리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쓴 뒤 이를 돌려 읽고 토론해 보는 것도 가능하고, EBSi의 ‘논술방’이나 서울시 교육청의 ‘꿀맛 사이버 논술’ 같은 무료 첨삭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어떤 방식이건 평가를 받았을 경우에는 이를 반영해서 같은 논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써 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평가받는 과정에서 지적된 요소들은 채점 시 감점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입니다. 이런 감점 요인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사실 논술에서 득점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지적 사항을 고쳐나가는 복습 글쓰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쓰기가 더 중요하지만 읽기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는 부담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고 책을 읽는 것은 크게 효과가 없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머릿속에 입력한 새로운 정보가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글의 내용에 제대로 반영하기는 힘듭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섣불리 써먹으려고 하다가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설프게 아는 것은 활용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배경지식 학습은 확인과 활용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논술 문제는 수능 준비과정에서 이미 획득한 지식을 충분히 활용만 해도 상당 수준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 교과서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출제위원들도 교과서를 검토하다가 사회 교과서를 보면 다들 탐을 냅니다. 많은 정보와 지식이 한 권에 다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정보 습득보다는 이미 학습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경지식 학습 자료를 읽더라도 그것을 외우듯이 머릿속에 넣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정리하면서 서로 연결을 시켜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EBSi 등 온라인에 올라 있는 다양한 배경지식 관련 강의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초점을 두지 말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체계화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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