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전혁]사학법 없애고 교육비리처벌법 만들자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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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개방형이사 제도를 골자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아직도 국정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찬성 측은 “교육은 공공재며, 사립학교와 재단은 국가에 공여된 공공자산이므로 소위 공익이사인 개방형이사를 통해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사학재단은 민법상의 사법인(私法人)에 해당하므로 법인의 이사진 구성에 법인설립과 관계없는 국가 또는 제3자의 개입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사학은 한국 교육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전문대학과 대학교의 90% 이상, 고등학교의 40% 이상, 중학교의 30% 이상이 사립학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이 높은 비중이다. 혹자는 이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필자는 축복이라고 평가한다. 지식정보사회의 격랑 아래서 거대한 공립학교 조직은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다양하고 참신한 교육실험을 통해 변화를 선도하는 사립학교 비중이 높은 것은 교육의 혁신과 선진화를 위해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헌법 논쟁이나 사학과 교육의 미래와 같은 복잡한 논의는 차치하자. 여당과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 사회단체는 ‘사학 비리 척결’을 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과 사학 당사자는 “사학 비리 척결은 표면적 명분에 지나지 않고 불순세력이 개방형이사 또는 임시이사 제도를 통해 학교를 ‘탈취’할 의도가 더 크다”고 반대한다.

필자는 양 진영의 진정성을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로 ‘교육비리 가중처벌법’을 제안한다. 사학법을 폐기하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처럼 교육 비리를 무겁게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이다. 법 적용범위는 사립학교뿐만 아니라 공립학교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지방교육청 등 감독청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학교 탈취의 의도가 없다면 전교조를 비롯한 사학법 개정의 주도세력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수차례 자정결의대회까지 열었던 사학단체 역시 반대하기 힘들다. 정치권 역시 사학법에 발목 잡혀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학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비리를 저지른 경우 사학법인의 이사회 해산 및 공익이사로의 전원 교체, 극단적으로는 국가 인수 후 전면 공립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법안의 제정과 동시에 그동안 사학을 옭죄어 왔던 구속과 규제는 폐기돼야 한다. 사학이 건학이념을 마음껏 구현하도록 자율성을 신장시키는 데 사회가 도와야 한다. 사립학교, 나아가서는 공립학교에까지 좀 더 넓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무거운 책무성을 지우는 것이 교육계의 세계적 추세다.

조전혁 인천대 교수 경제학·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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